20240712 연중 14주 금 묵상강론
마태 10,16-23 [아리쎌 그리고 나의 무지와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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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이 복음 말씀은 부모님 몰래 성당을 다니다 들켜서 집에 태풍이 몰아쳤던 여러 밤들아 생각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는 이 말씀에서 ‘옳은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욕심과 탐욕에 치우진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탄식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얼마전 그런 비슷한 탄식을 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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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 저녁 남자장상연합회 산하 JPIC 위원회 소속 예수회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신부님들과 함께 아리쎌 희생자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아리쎌은 지난 달 경기도 화성에서 화재로 23명이 숨진 리튬전지공장 이름입니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라 아마 여러분도 뉴스에서 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추모제에서 놀라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왔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불법파견이라는 형태가 만연하고 있어 일하는 분들이 제대로 임금이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이주 노동자분들이 많은데 보험이나 안전교육이나 장치를 제공받지 못하고 바로 작업으로 투입되는 일도 많습니다. 한국 사회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서 이제 위험의 이주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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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장에서는 과거 3년 사이 이미 4번의 화재 사고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비용을 아끼는 것이 기업이고 하청업체의 사정이라고 하지만 너무 불법적이고 윤리적으로도 정도가 심합니다. 어쨌든업무상 과실치사상 지금은 회사대표 등 6명이 입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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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는 처음에는 유족들 당 한명식 지원공무원을 붙여주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추모제 바로 전날, 이 지원을 해주어야 할 직원들이 되려 유족들에게 전화해서 추모제가 취소되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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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까지 행진을 하고 수도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묵상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곳에 살아있는 사람으로 계셨다면, 이런 현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시고 우리에게 어떻게 이야기 하셨을까? 오늘도 아무리 돈이 좋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지 않고 값싼 도구로 대하면서 위험한 곳으로 밀어 넣는 우리 인간의 무지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며 새삼 탄식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탄식이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의 탄식과 맞닿아 있지는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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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상은 오늘 복음과 함께 나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무지하고 이기적인 이런 인간의 모습이 혹시 오늘 나에게는 어떻게 자리하고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저도 인간인데 당연히 이런 모습이 있지 않겠습니까? 성찰해보니 역시 하루에도 여러분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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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제가 좋을대로 했던 때, 다른 사람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기다려주지 않았고 진행했던 때, 오늘 복음 말씀대로 성령의 인도를 기도안에서 청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일을 시작했던 순간들이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조금 더 세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말씀처럼 조금 더 예수님의 양으로써,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한 모습이 되고자 합니다. 또 우리 수도회 회헌처럼 이 시대의 악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상 구석의 가장 약한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성심의 선교사 수도자의 삶을 살기를 다시 다짐합니다. 아리쎌 공장에서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간 스물 셋 하느님 양들의 영혼을 위해 또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같이 시대의 악을 범하고 있는 오늘의 나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