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76

20250609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묵상강론 요한 19,25-34 [ 작은 것에 담긴 따뜻한 사랑 ]

[ 작은 것에 담긴 따뜻한 사랑 ]20250609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묵상강론 요한 19,25-34⠀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성모님을 우리 모두의 어머님으로 남기셨습니다. 오늘 성모님을 기리는 기념일을 맞아 억울하고 안타까운 괴로움 속에 아들을 잃은 성모님의 마음이 많이 묵상 되었습니다. 묵상 중에 예전 수련기 동안 수련소 근처의 군부대를 지나가며 가끔 보았던 한 어머니의 일인 시위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의 목에는 "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후 성모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또 제자들의 마음도 묵상 되었습니다. 아마 제자들은 성모님을 볼 때마다 예수님을 떠올렸을 겁니다. 예수님과 함께 나눴던 대화들..

20250601 주님승천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4,46-53 [나의 마음도 너의 마음도 모두 축복해]

[나의 마음도 너의 마음도 모두 축복해]20250601 주님승천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4,46-53⠀저는 자주 ‘내 삶은 혹시 고통 총량 보존의 법칙을 가진 건 아닌가?’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마음에 고통을 주던 어떤 일이 해결되고 나서 이제 마음에 자유를 좀 얻었다 싶으면 어느새 저의 마음은 또 다른 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고통받을 일을 찾아서 다니는 건 아닌가 무서워질 때도 있을 지경입니다. 뽀얀 봄 볕 아래 반짝이는 초록 벤치에 앉아 따뜻하게 숨을 쉬는 나른한 오후. 그런 안락하고 자유로운 마음이 되어본 게 언제였던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감실 붉은 등 어스름한 성전 안에서 거룩함에 비추어지는 제 삶에 대한 성찰과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

20250527 부활 6주 화요일 묵상강론 요한 16,5-11 [ 제자들과 우리의 근심에 대해 ]

[ 제자들과 우리의 근심에 대해 ]20250527 부활 6주 화요일 묵상강론 요한 16,5-11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본원에서 함께 사는 형제들이 바뀌었습니다. 예전 학생시절 양성소에서 지냈던 신부님들끼리 함께 일을 하거나 밥을 먹는 일이 더 잦아졌습니다. 비슷한 연차의 신부님들과 예전에 함께 운동하고 일하고 웃고 또 싸우던 일들을 이야기 하다 보면, 그 당시에 느꼈던 기분이나 느낌들이 그대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참, 그때는 우리가 미래에 여기서 이렇게 하고 있을 줄 생각도 못했었는데 말이죠. 미래란 참 알 수 없어요.” 그 시절 양성기를 함께 했던 형제들 중에 누구는 미국 공동체에 있고, 더러는 수도원을 떠났고, 또 몇몇은 이곳 새로 지은 본원에서 함께 살고 있습..

2025032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 강론 루카 11,14-23 [엄마는 이 새벽에 얼큰한 육개장이 괜찮으셨던 걸까?]

⠀[엄마는 이 새벽에 얼큰한 육개장이 괜찮으셨던 걸까?]2025032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 강론 루카 11,14-23⠀⠀오랫동안 병원에 계신 신부님의 목에 삽입된 관을 교체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보호자가 필요한 일이라 오늘 새벽 인천의 큰 병원으로 왔습니다. 병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로 나왔습니다. 전화를 해 보니 신부님을 태운 응급차는 계시는 병원에서 아직 출발 전이라고 합니다. 병원 근처 밥집으로 들어갔습니다.⠀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모자로 보이는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이 이른 아침에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병원에 오는 건 어떤 사연일까 궁금했습니다. 제 음식이 나오고 제가 몇 술 뜨는 동안 어머니는 내장탕을 주문하셨습니다. 잠시 후 아들이 육개장을 두 그릇 주문했습니다. 이 아침에 두 그..

20250324 사순 3주 월 묵상강론 루카 4,24 - 30 [사랑 때문에도 상처주고 받는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 줘야 합니다]

⠀[사랑 때문에도 상처주고 받는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 줘야 합니다]20250324 사순 3주 월 묵상강론 루카 4,24 - 30⠀회개를 하는데 있어 가장 먼저 해야하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는 거예요.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면서 자신의 잘못을 성찰한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죠.⠀누가 우리에게 그런 사람의 예를 들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떠올리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이죠. 사람이니까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충고는 쉬운데 회개는 어렵습니다.⠀화가 나서 예수님을 벼랑에서 떨어뜨리려고 했던 고향 사람들도 두 가지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리이고 사랑이신 예수님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그런 예수님을 알아보지..

20250309 부활 1주간 묵상강론 루카 4,1 - 13⠀[사탄이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한 이유]

[사탄이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한 이유]20250309 부활 1주간 묵상강론 루카 4,1 - 13⠀ 오늘 예수님은 세례받은 직후 바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십니다. 궁금해집니다. 왜 하필 사탄은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했을까? 세례를 받고 하늘에서 음성을 듣고 의기충천했을 때인데 말입니다.⠀그런데 곧 알게 됩니다. 커다란 은총 속에서 거침없이 걸어갈 때, 바로 그때가 오히려 우리가 무너지기 쉽고 나약해져 있는 시점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렇게 잘 나가는 때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는 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명성이나 주변의 환경 것들이 더 빨리 성장하는 때이고, 내가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잘 잊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 우리..

20250221 연중 6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태 16,13-19 [신앙에 있어 아는 것은 반드시 사랑으로 변한다]

20250221 연중 6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태 16,13-19  [신앙에 있어 아는 것은 반드시 사랑으로 변한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는 가톨릭 교회의 반석이자 교도권의 중심인 교황의 역할이 시작되는 순간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순간에 베드로는 이 역할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떤 희생과 고난의 잔을 마셔야 하는 일인지 몰랐를 겁니다. 아직 예수님은 칭송받고 존경받고 있으며, 자기들은 예수님 근처에서 빛나는 미래를 꿈꾸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렇다는 사실은 이어지는 21절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에게 교회의 반석이 될 것이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준다고 하신 예수님은 바로 이어서 21절에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 예루살렘에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20250303 연중 8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 오늘 하루에 충실한다는 것 ]

20250303 연중 8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 오늘 하루에 충실한다는 것 ]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한 생을 노력해 온 놀라운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계명들을 이 청년은 이미 잘 지켜왔습니다. 그 말과 태도가 얼마나 진실했으면 예수님께서 이 청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셨을까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마지막 하나 더 노력할 것이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청년은 그만 한계를 만나고 맙니다. 그리고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는 이 청년의 깊은 실망과 절망의 마음을 깊이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때 이 청년의 마음은 지금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우리도 똑같이 느끼며 힘들어 하..

20250222 연중 6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8,22 - 26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20250222 연중 6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8,22 - 26⠀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전화기 너머 아버지의 말에 나는 어정쩡하게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내일 서울에 어머니와 여관을 잡을 테니 저녁에 소주 한잔 하자시는 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일, 어머니의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하루 올라오신다. 그 참에 한 번 보자는 말씀이시다. 강남은 밤에 다시 수도원에 돌아오기는 너무 머니, 수도원 근처로 와서 저녁 먹고 손님방에서 주무시라는 나의 권유에 대한 단칼 대답이다.⠀“내일 해야하는 일이 죽고 사는 일이가? 만날 수 있을 때 많이 만나라. 늦으면 후회한다.”⠀전화를 끊기 전후로 한참 동안 내 마음에 이 말이 맴돌았다. 그래도 ‘그렇게..

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묵상하게 됩니다.그저께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검은 수녀들이라는 영화였습니다. 평화방송국이나 SNS에 신부님들이 후기를 많이 올리길래 보고 싶기도 하고 기대도 되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찍을 곳을 섭외하던 촬영팀으로부터 저희 강화도 수도원으로 섭외요청이 오기도 했었습니다. 좀 인연이 있다 할 수 있지요. 구마에 관한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묵상의 주된 질문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였습니다.⠀권위에 대해서 뜻을 찾자면 신학 철학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