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50309 부활 1주간 묵상강론 루카 4,1 - 13⠀[사탄이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한 이유]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5. 3. 15. 23:51

[사탄이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한 이유]
20250309 부활 1주간 묵상강론 루카 4,1 - 13

 


오늘 예수님은 세례받은 직후 바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십니다. 궁금해집니다. 왜 하필 사탄은 갓 세례받으신 예수님을 유혹했을까? 세례를 받고 하늘에서 음성을 듣고 의기충천했을 때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곧 알게 됩니다. 커다란 은총 속에서 거침없이 걸어갈 때, 바로 그때가 오히려 우리가 무너지기 쉽고 나약해져 있는 시점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그렇게 잘 나가는 때의 나는 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는 내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명성이나 주변의 환경 것들이 더 빨리 성장하는 때이고, 내가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잘 잊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 우리는 육신을 만족시키는 욕망,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 그리고 하느님마저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 하는 기도 같은 것들을 추구하게 됩니다.

얼마 전의 저도 그랬습니다. 오랜 관계가 끊어질 위기, 애써 사랑한 사람들로부터 받는 오해와 실망, 그리고 도통 성장하지 않는 것 같은 자기 모습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어려움이 찾아왔던 때는 내가 어느 정도 잘 살고 있고 좋은 수도자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 때였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는 강점코칭, 감정코칭, 묵상글그림, 면담, 고해성사, 잡지사 묵상글 연재, 평화방송 미사 등 수도자로서 또 사목자로서 열심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의 열매를 나의 것으로 생각하고, 나를 하느님이 아니라 나로 가득 채워오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그때 유혹과 이은 시련이 찾아왔었던 겁니다.

최근 발표한 회칙에서 교황님은 성 보나벤투라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기도로 청해야 할 것은 빛이 아니라 타오르는 불꽃이라고 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면 빛이 비추면 우리의 어려움과 부족함은 한 번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가 만나는 문제는 거기에는 정작 내가 한 일이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그런 일을 겪으면 우리는 또 넘어지고 맙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견디어내고 다시 일어서고, 절대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불꽃.

저도 어려운 시기면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형제들과 같이 한잔하며 뒷담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합니다.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내 감정의 문제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고, 하소연이 아니라 뒷담화로 넘어가려고 할 때 알아채고 바로 멈추려고 합니다. 여전히 어렵고 잘되지 않지만 언젠가 더 성장하고 단단해져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항상 그래왔듯이요. 그래서 다시 느끼게 됩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빛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은 하느님께서 주신 몇몇 사람들과의 만남과 몇몇 대화들과 몇몇 묵상으로 다시 일어서 있습니다.

악마도 아마 갓 세례를 받고 한껏 물이 오른 예수님을 보고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얼마 전 잘 나갈 때 제가 넘어졌던 유혹처럼, 악마는 잘나가던 예수님이 육체적 욕구, 권력에의 욕망, 하느님보다 나의 뜻을 우선하려는 교만 등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갈 거로 생각했을 겁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성경과 하느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이겨내셨습니다.

이제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우리도 이 사순시기 쉽지 않은 신앙의 여정을 끊임없이 가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꽃을 주시라고 기도합시다. 저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잘나갈 때 오히려 우리는 유혹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이기는 길은 나의 모든 일이 내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걸 알아채는 것 그래서 나를 작게 하고 하느님을 크게 하는 것, 그리고 내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대적하는 것이라는 걸 사순시기 마음에 두고 지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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