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41201 대림 1주 묵상강론 루카 21,25 - 28.34-36 [ 깨어 기도한다는 것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12. 2. 20:36

⠀20241201 대림 1주 묵상강론 루카 21,25 - 28.34-36
[ 깨어 기도한다는 것 ]

 

 


‘넌 죽어 있는게 아니니까.’

옷깃을 여미고 털모자를 쓰고 길을 나서며 지나가는 앙상한 가지들에게 속삭입니다.

커다란 파도가 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처럼 올해 첫 눈도 그렇게 왔다 갔습니다. 수도원 성당에서의 아침기도도 두터운 스웨터나 패딩 없이는 시작하기 여러워졌습니다. 조금씩 생활의 구석구석이 겨울로 물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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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1주일. 이제 한 해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한 해의 첫 마음을 성탄을 항해 두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런 구절을 만납니다.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루카 28,34)

기쁠 일보다는 슬플 일에 더 가까울 수도 있지만, 모두 어려워진 살림에 올 12월은 방탕과 만취와 우리 모두 조금은 멀리서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근심은 좀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형편이 어려워지는 분들이 점점 늘어 갑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가족들이 7년 전 힘들게 겪어야 했던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세상의 상황에 저의 수도생활이 지금 바른 길에 놓여 있는 건지 근심하게 되는 날도 많습니다. 마음이 물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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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8,36)

뽀얀 입김을 딛고 겨울은 시린 뺨과 앙상한 나뭇가지를 타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내 안의 어둠도 내 아픈 마음과 물러진 마음을 타고 자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깨어 기도한다는 것.

‘넌 죽어 있는게 아니니까.’

옷깃을 여미고 털모자를 쓰고 길을 나서며 지나가는 앙상한 가지들에게 속삭입니다. 깨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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