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19

20240109 연중 1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1,21-28 [ 내가 만나는 연중시기의 두 가지 의미 ]

20240109 연중 1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1,21-28 [ 내가 만나는 연중시기의 두 가지 의미 ] 성탄시기와 공현 대축일을 지나와 우리는 어제 주님 세례 축일부터 연중 시기를 시작하고 있니다. 오늘은 연중 제 1주간 화요일입니다. 연중시기가 몇 주까지 있는지 아시나요? 34주간까지 있습니다. 가톨릭 전례력에서 연중 시기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 성탄시기와 부활시기에서 이어 집니다. 저는 이 시기 동안 기도할 때에 수도생활을 하며 조금씩 알게 된 두 가지 연중시기의 의미를 기억합니다. 첫째, 연중시기는 소박하지만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시기입니다. 연중 시기가 시작 되기 전에는 갖가지 축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참 숨가쁘게 달리다 보면 어느 새 연중시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저는 이 연중..

20230608 연중 9주 목 마르 12,28 - 34 ‘사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 사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 - 광성보는 매우 역사적인 곳이자 강화도의 유명한 관광지예요. 한 켠에 바다를 끼고 이어 있는 유적지를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사는 신학원에서 차로 1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가끔 산책이나 조깅의 반환점으로 삼는 곳이지요. 논밭을 가로지르며 오가는 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몇 일 전 오래 알던 수녀님들이 오셔습니다. 함께 그 곳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한 저는 먼저 간 그분들을 따라잡으려 혼자 광성보의 언덕길을 올랐었습니다.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웃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햇볕 속에 웃는 소리가 이제 코로나가 끝났어, 여름이 오고 있어 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 “어서 와, 무슨 사진을 걸음마다 찍니?” 할머니와 아빠와 함께 몇 ..

20230607 연중 9주 수요일 마르 12,18 - 27 "신앙생활은 공간을 만드는 일"

20230607 연중 9주 수요일 마르 12,18 - 27 - 신앙생활은 공간을 만드는 일 - ⠀ ⠀ 헨리 나웬 신부님은 본인의 책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계속해서 공간을 만드는 노력과 같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공간은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공간을 말하는 것이죠. 신앙생활에서 이 공간을 잘 만들 줄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계속 체험합니다. ⠀ … ⠀ 공간을 만드는 일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 회사에서 갈등을 겪는 동료 어려움을 계속 주는 상사 어쩌다 사이가 틀어진 친구 ⠀ 이들과의 사이에 공간을 만드는 일은 나를 지키면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필수적인 능력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 공간은 ⠀ 갈등의 빈도를 줄이거나 어려움에서 멀어지거나 서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20230208 연중 5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7,14-23 "이별을 만나는 그리스도인의 방법"

⠀ ⠀ 매월 한 번 한 수녀원의 노인 요양시설에 미사드리러 가고 있습니다.어제 그곳의 외국 수녀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녀님께서 전화기 너머에서 서툰 한국어로 말씀하셨습니다. ⠀ "신부님, 내일 미사 후에 어르신들에게 인사해주세요. 내일이 신부님과 함께 미사하는 마지막 날이예요." ⠀ 수녀님들이 노인 요양시설을 그만둘 것이며 어르신들은 여러 다른 곳으로 옮겨 가실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내일이 어르신들과의 마지막 미사라는 말은 갑작스러웠습니다. ⠀ 오늘 아침 수녀원 경당에는 예상했던 대로무거운 안개 처럼 어르신들과 수녀님들 모두가 가진 오랜 세월의 아쉬움과 슬픔이 깔려 있었습니다. 어제 통화 후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강론을 해야 하나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수녀..

20230131 연중 4주간 월요일 마르 5,1-20“교리에는 정답이 있지만 신앙생활에는 정답이 없다.”

⠀ ⠀ 사람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를 저도 한번 씩 봅니다. ⠀ 오늘 복음의 강론을 준비하며 묵상하다, 글을 쓰다, 결국 머리를 쥐어뜯고 멈췄습니다. ⠀ 주말만 되면 공개되는 새 에피소드처럼 묵상할 때마다 강론도 준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 ... ⠀ ⠀ 머리를 고르며 새 화면을 열어 요즘 보고 있는 일타강사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그러다 한 장면에서 멈추고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 남주인 괴팍해 보이지만 따뜻한 일타강사가 삶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학생의 이모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 "수학은 명쾌해요 답이 딱 있거든요 그런데 인생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공식도 없고 법칙도 없고 틀릴 때마다 아 또 내가 잘못됐구나 위축되고." ⠀ 그러자 핸드볼 국가대..

20230123 연중 3주 월요일 마르 3,22 - 30 “모두 용서 받을 것이다.”

⠀ ⠀ 잘 알지 못하는 일들이나 싫은 일들에 대해서 초월적인 힘이 작용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나라 말에도 누군가 잘 알아맞힐 때 귀신 같이 알아 맞히네 라고 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싫은 병이 들었을 때 병마가 들었다 라고도 합니다. ⠀ 유대인들도 예수님의 놀라우신 일들을 처음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도 합니다. ⠀ 그들에게 예수님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용서를 받지 못하고 영원한 죄에 매이게 된다고 합니다. ⠀ ⠀ … ⠀ ⠀ 그런데 오늘 복음에 좀 더 집중해 볼 만한 곳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기 직전의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 28절입니다.“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사람들이 짓는 모든 죄와 그들..

20220120 연중 2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마르 3,13-19 "열 두 사도가 받은 선물"

20220120 연중 2주간 금요일 복음묵상 마르 3,13-19 "열 두 사도가 받은 선물" ⠀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열 두 사도를 뽑으신 장면을 만나고 있습니다. ⠀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할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입니다. 한 달 동안의 그룹연수를 마치고, 또 이어 2주 간의 회사 연수를 마치고, 처음으로 출근버스를 타기 위해 회사 기숙사를 나서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길이 저는 오늘 복음을 읽으면 항상 떠오릅니다. 왜냐 하면 오늘 복음에서 제가 만나는 열 두 제자들의 마음이 그 첫 출근길의 저의 마음과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 그 날의 제 일기장에는 “서늘한 새벽 바람에 날 선 맑은 정신이 마치 오늘 아침 걸음 마다 찰랑거리는 잘 다려진 내 바짓단 ..

20230111 연중 1주간 수요일 마르 1,29-39 "모든 세대와 모든 사람의 예수님"

20230111 연중 1주간 수요일 마르 1,29-39 "모든 세대와 모든 사람의 예수님" ⠀ "신부님, 저희 나이가 되면 하느님이 있나 없나 라던가 기도를 들어주시나 안들어주시나 하는 것 문제는 의미가 없어요. 저희처럼 이제 힘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하느님께 의탁하고 사는 수 밖에 없어요." ⠀ 매달 가는 사랑의 선교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오르신 요양 시설에서 지난 달 강론 중에 드린 질문에 한 어르신께서 는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0에서 100 까지 표현하면 평생 신앙생활 해 오신 어르신들은 지금 쯤은 어떠신가요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또한 저를 많은 묵상으로 안내한 대답이었습니다. ⠀ .... ⠀ 어르신들과 미사한 후 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세대의 분들을..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 몇년 전 저희 수도회 그룹홈 시설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반가운 초등학교 아이들 6명과 재미와 고난이 한데 섞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이 되어 피곤함 속에 침대에 몸을 막 뉘인 때였습니다. 오랜 만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 오빠 내 위로 좀 해도. - 왜 무슨 일 있나? - 내 진급 떨어졌다. 말할 사람이 없는데 오빠 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위로 좀 해도. - 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사랑받잖아. 그런데 왜 떨어졌노? - 그러니까. ⠀ ⠀ … ⠀ ⠀ 한참 위로와 성토의 말이 점점 더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가는 중에 갑자기 꼬마 한 명이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20220226 연중 7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3-16 "성장과 자유로움 사이"

20220226 연중 7주 토요일 마르 10,13-16 "성장과 자유로움 사이" 제가 중고로 샀던 노트북 모델에 키보드에 문제가 있을 때는 무상으로 교체해준다는 기사를 처음 본 것은 1년 전 쯤이었습니다. 딱히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속으로 '아깝다 새 판으로 교체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사용하는 이어폰도 무상교체 대상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얼마 후 그 문제 증상이 제 이어폰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새 제품으로 바꾸게 되어 좋은 기분에 혹시나 하고 노트북도 함께 가져갔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친절한 직원 분의 너그러운 판단으로 노트북도 무상교체 대상으로 인정받게 되었을 뿐더라 상판 키보드 배터리까지 모두 무상교체 대상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