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43

2024030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강론 루카 11,14-23 [ 일치는 끊임없는 나와의 싸움 ]

오늘 루카 복음 11장 17절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 사탄도 서로 갈라서면 그의 나라가 어떻게 버티어 내겠느냐?“ 이어 22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갈라서지 마라고 하십니다. 함께 하나가 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말씀이 형제라서, 가족이라서, 민족이라서 하나가 되어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 편에 섬으로써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동시에, 철저한 갈라섬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내 형..

20231231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묵상강론 루카 2,22-40⠀[조카가 생기면서 달라진 기도]

20231231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묵상강론 루카 2,22-40 [조카가 생기면서 달라진 기도] ⠀ 다른 사람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의 입장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이 지혜는 어떻게 더 완전한 기도를 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대해서도 힌트를 줍니다.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을 위해 완전한 기도를 하고 싶어하고 노력합니다. ⠀ 그것을 위해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더 그러합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실수를 하며 삽니다. 그리고는 엉뚱한 기도를 해댑니다. ..

20231123 연중 33주 목 묵상강론 루카 19,41-44 “오늘 나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것“

20231123 연중 33주 목 묵상강론 루카 19,41-44 “오늘 나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것“ ⠀ 요즘 미사를 시작하면서 또 기도 중에 평화를 자주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화를 잃으며 함께 쉬이 잃게 되는 것, 어린 아이들의 생명에 대해 기도하게 됩니다. ⠀ 조카를 갖게 된 후 보는 전쟁터의 어린 아이들 사진은 이전과 다르게 다가옵니다.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도 새롭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지금 우리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하는 오늘 복음말씀도 조용히 속삭여 봅니다. ⠀ ... ⠀ 묵상 중에 나에게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또 나의 평화를 빼앗는 것은 무엇인가 묵상해 봅니다. ⠀ 요즘 침대에 누우면 불쾌한 생각, 헛헛한 마음, 불편한 기억들이 밀려옵니다. 종일 기다렸다 ..

20231117 연중 32주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37 “아름다움 보다 그것을 만드신 이에게 감사 ”

20231117 연중 32주 금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37 “아름다움 보다 그것을 만드신 이에게 감사 ” 새로운 좋은 인연을 맺는 일은 참 멋진 일입니다. 떨어져 있던 인연을 다시 만나는 일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 ... ⠀ ⠀ 얼마 전에 어떤 계기로 한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 끝에 작가님의 신작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멋진 글씨의 친필 저자 서명과 함께요. ⠀ 책을 보내주시겠다고 주소를 달라셨는데 처음에는 거절했었습니다. 신작을 내셨으면 제가 당연히 직접 사서 봐야하는 것이며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저자 서명을 받겠노라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톡을 보내고 조금 지나니 혹시 너무 성의를 무시한건가 하고 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주..

20231114 연중 32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7-10 “평신도 주일, 평신도 만이 할 수 있는 선교”

2031114 연중 32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7-10 “평신도 주일, 평신도 만이 할 수 있는 선교” 몇일 전 아침기도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수련복을 휘날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수련 2반 수사님이었습니다. 한 달 남짓의 외부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것입니다. 반가웠습니다. 옛날 제가 실습하던 때 생각도 나서 아련했고, 또 잘 돌아와 줘서 고마웠습니다. “살이 찐건데요.” 기도 후 미사시작 때 ‘살이 좀 빠졌네요’라고 했다가 바로 수련 1반 수사님에게 응징 당했습니다. 형제들과 다 같이 웃으며, 속으로 이제 나도 안경을 써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뜬금 없지만 유쾌한 방어기제라 스스로 칭찬해 줍니다. 아침부터 속으로 바쁩니다. ... 미사를 끝내며 돌아온 수사..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오늘은 복음에는 정말 중요한 단어들이 나옵니다. 먼저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이 동사의 원형은 ἀφίημι (아피에미) 입니다. '멀리'라는 뜻의 apó 와 '보내다'라는 뜻의 hiēmi 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멀리 보내다, 놓아주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처럼 '용서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주님의 기도에도 나옵니다. ... 주님의 기도는 루카복음 11장과 마태복음 6장에 나옵니다. 두 기도문이 조금 다르지만 용서에 관한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이 때 용서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가 바로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주님의 기도 말미에 나오는 이 단어는 우리 신..

20231110 연중 31주 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6,1-8 “수라를 아시나요?”

20231110 연중 31주 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6,1-8 “수라를 아시나요?” ⠀ 어제 저는 학생 수사님들과 ‘수라’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상영은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남자 여자 수도자 장상연합회 JPIC 위원회 등이 함께 서울 피카디리에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상영은 주로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초대했는데 약 100명 정도라는 예상을 넘어 150석이 모두 하루만에 매진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도 정평환 위원회 회의 때 참석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맘놓고 있다가 매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신청서를 써야 했습니다. ⠀ ... ⠀ 강화에서 출발해 김포에 차를 대고 지하철로 가는 길은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라고 투덜거리기엔 ..

20231104 연중 30주간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7-11 -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 -

- 끝자리에 끝까지 앉아 즐길 준비 - ⠀ 청년 시절에 몇일 동안의 청년피정이나 캠프 같은 곳에서 가끔 겪는 일이 있었습니다. ⠀ 마지막 날 파견미사 때 참석자 중 하나가 갑자기 정복이나 제의를 입고 나타나 ‘실은 제가 신학생이었습니다’ ‘실은 제가 신부였습니다.’ 라고 밝힙니다. 참석자들은 놀라 웃으며 열광합니다. 그 신학생 또는 사제는 그 순간 잠시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 됩니다. 어떤 때는 그게 대단해 보이기도 또 부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 … ⠀ 십 년의 양성기간 끝에 서품을 받은 그 해, 저도 처음 그런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저의 얼굴은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삼촌 같은 사람이 되었고, 저의 마음에는 더이상 그런 관심의 주인공 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

20231103 연중 30주간 금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6 “당당하게 관계 맺고 사는 방법”⠀

- 당당하게 관계 맺고 사는 방법 - ⠀ ⠀ 오랜만에 걷는 가을 추수가 끝난 논 어귀로 갈색 낙엽이 바람에 떨어져 날리고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나무가 되었다가 잎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낙엽이되었다가 다시 나무가 되기를 한참 했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매년 하는 전 사원 교육에 강사로 온 분들이 단골메뉴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관계가 제일 힘드시죠?” 물론 저도 피정이나 면담을 동반해드리는 동안 자주 드리는 말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며 언제나 당당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 문제는 이 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만나나가야 할 것인가에 있고,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

20231031 연중 30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3,18 - 21 “기다림은 만나기 위한 것 만은 아니예요”

- 기다림은 만나기 위함 만은 아니예요 - 정원에 심는 겨자씨, 밀가루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누룩.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를 설명하신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중에는 ‘기다림’도 있습니다. ... 핸드폰이 없던 시절. 집을 나서기만 하면 더는 약속을 취소할 수도, 좀 늦는다고 이야기할 수도, 다와간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늦은 사람은 애닯은 마음으로 뛰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서서 하염없었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렸냐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이라는 건 그 사람을 만나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거나, 집에 두고 온 야옹이를 생각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