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43

20231021 연중 28주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2,8-12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

-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 - ⠀ 오늘 복음에서 10절의 말씀에 더 깊이 머물러 봤습니다. 10절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공부합니다. 평신도 분들은 성경 통독을 하기도 하고, 강론이나 강의를 듣고, 성경 공부모임에 들기도 합니다. 신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신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공부하고 논문을 쓰며 연구합니다. ⠀ ... ⠀ 그건 초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치열했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믿고 있는 거의 모든 교의는 5차 공의회 이전에 거의 확립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

20221120 연중 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3,35 - 43 “두 죄인 중 나는 누구의

20221120 연중 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3,35 - 43 “두 죄인 중 나는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나?”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간이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다해의 마지막 주간이자 길었던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가톨릭의 전례력으로는 이번 주가 한 해의 마지막 주간 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대림의 기다림 끝에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만났고, 예수님의 성장과 공생활의 여정을 함께 걸어왔으며, 수난의 시간과 죽음과 부활을 함께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승천 하신 후 성령의 인도로 성모님과 함께 연중 시기의 말씀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지난 한 해의 시간을 돌아보며 올해 마지막 해야 할 일..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야, 나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왜? 무슨 일 있었나?" "MBTI 같은 거 한 번도 안해봤는데 얼마 전에 해봤거든. 그런데 답을 하다가 '어, 옛날에는 이렇게 답 안했을 건데' 하면서 내가 옛날하고 다르게 답하는거라." "맞나?" 더 놀란 것은 저였죠. 삶에 대한 친구의 태도는 갓 스무살에도 명확해서 빛날 정도였고, 어제까지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금 자기도 조금 변한 것 같다는 겁니다. ... '사람이 변하나?' 질문이자 동시에 답이기도 한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양성 소임을 하고 있는 저에게 이 문제는 절체절명의 질문..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

⠀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능 아니면 유혹" ⠀ ⠀ 장거리 운전을 하다 어느샌가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저를 봅니다. 가을인가 보다 하고 슬쩍 웃습니다. 그러곤 '산다는 것도 이렇게 웃을 일이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 "나이가 들수록 근골이 약해지는 게 아니고,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 라고 노트에 툭 던지듯 적어 넣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삶이 의미 깊게 되는 것 같아 괜히 혼자 코를 한번 슬쩍 훔쳤습니다. ⠀ 이러고 있다니 오늘은 제 마음이 조금 한가로운가 봅니다. ⠀ ... ⠀ 어릴 때 제가..

20221007 연중 27주간 금요일 루카 15, 1 -7 "착한 목자"

20221007 연중 27주간 금요일 루카 15,1 - 7 "착한 목자" ⠀ ⠀ 저희 수도회는 매월 첫 금요일 예수성심 신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열 두 달 동안 예수성심신심미사를 봉헌하며 열 두 복음의 장면들을 만납니다. 그 중에 오늘 봉독된 복음 말씀이 제일 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으러 가는 목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장면을 낙서같지만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만들어서 인스타에도 올려 두고 봅니다. 강의에서 저의 소개를 할 때 항상 보여드리는, 제가 지향하는 삶의 이미지입니다. ⠀ ... ⠀ 그런데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은 이전과는 다른 곳에 머물렀습니다. 이번에 제 마음은 목자나 길 잃은 한 마리 양이 아니라, 목자가 떠나간 광야에 남겨진 간 아흔 아홉마리의 ..

202209023 연중 25주 금요일 루카 9,18-22 "때가 있다"

202209023 연중 25주 금요일 루카 9,18-22 "때가 있다" ⠀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가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에 매점을 열어 한국식 토스트를 팔고 있는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가끔 보고 있던 채널인데, 여러 굴곡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그 열정과 꾸준함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그들은 이 한국식 토스트가 한국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라면 영국에서도 통할 것이라 판단했고, 그 판단에 따른 노력과 시도들이 지금 좋은 결과를 맺고 있습니다. ⠀ ... ⠀ 영상을 보는 내내 제 마음에는 저도 예수님의 마음을 저렇게 잘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저들처럼 좋은 열매를 맺는 노력에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 예수성심을 많이..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20220918 연중 25주일 루카 16,10-13 “세상을 사는 지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이 자녀보다 영리하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어라." 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 우리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의로운 것과 불의한 것, 의로운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삽니다. 식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우리는 가라지의 비유처럼 일일이 다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잘 식별하고 싶지만 자주 오해하고 오판하며, 서로를 괴롭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힘들어 합니다. ... 하지만 오해와 오판의 역사는 에덴동산만큼이나 오랜 것입니다. ... 그래서 사는 동안 제게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세상을 사는 나의 자세입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예..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20220917 연중 24주간 토요일 루카 8,4 - 15 “도시 한 가운데를 수도자로 걷는다는 것” ⠀ “기도할까요?” ⠀ 웅성거리는 패스트푸드 점 구석에 자리를 겨우 잡고 감자칩 옆에 케챱을 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주앉은 동기 수사님의 말이 작은 테이블을 건너 왔습니다. ⠀ … ⠀ 입회해서 나간 첫 외출이었습니다. 서울은 아직 낯선 곳이었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남자들끼리 부대끼며 사는 시골에서의 수도생활은 신촌의 젊은 부산함을 더욱 더 낯설게 했습니다. ⠀ 1년차부터 2년차까지의 지청원반은 둘 이상씩 짝지어 외출을 다녀야 한다고 해서 함께 나오긴 했는데, 강화터미널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신촌 홍대를 지나가는 것 뿐이라, 가서 밥먹고 조금 구경하다 저녁 전에 출발해야 끝기도 까지 돌아..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20220901 연중22주간 목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루카 5,1 -11 기후변화의 대응은 편함을 줄이는 것에서 ⠀ 저희 수도회는 50개 국에 있는 국제수도회라 재속회격인 친교회도 국제 조직이 있습니다. 6년 마다 국제회의를 하는데 이번 2024년 국제회의 준비위원회에는 처음으로 한국 대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통역을 위해 준비회의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 국제회의에서 쉬는 시간에 인상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유럽과 호주 분들이 쉬는 시간 내내 호주와 유럽의 산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기후변화로 이어졌습니다. ⠀ 기후문제는 저도 관심 깊게는 보고 있지만, 그 날 대화를 들으며 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나 심각하게 겪고 또 생각하고 있구나 하..

20220717 연중 16주일 묵상강론 루카10,38-42 “관상과 활동의 구분 전에 해야 할 것”

⠀ 20220717 연중 16주일 묵상강론 루카10,38-42 “관상과 활동의 구분 전에 해야 할 것” ⠀ 수련기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무언가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 하자고 제가 계속 제안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은채 시간만 갔습니다. 결국 마감일에 닥쳐서야 저의 독촉으로 함께 움직여서 부랴부랴 되는 만큼만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의 불편함 만으로 일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 과정이 너무나 속상했고 다른 수사님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시간이 지나서는 그 상황을 돌이켜 볼 때마다 저는 스스로 몇 가지 성찰할 점들을 돌아보곤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