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태복음 28

20240228 사순 2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태 20,17-28 [저는 분명 즐거움에 지배되는 사람입니다]

새 소임 임기가 시작되는 2월 1일이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벌써 2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묵상글을 거의 못쓰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렇다는 건 기도가 부족했거나 아니면 너무 바빴거나 아니면 둘 다였거나 인데, 이번 달은 분명 둘 다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던 지난 3년 간의 양성장 소임을 끝내고, 조금 스스로를 추릴 시간을 2월에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일정이 슬슬슬 비어 있는 날을 어느샌가 다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일들에서 하느님의 일하심과 사랑을 체험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으니, 몸은 쉬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충만한 2월이었습니다. ... 지난 1월 저희 수도회 평신도회 세계대회 통역..

20240214 재의 수요일 묵상강론 마태 6,1-6.16-18 “예수님이 가르쳐주시는 사순시기 회개와 전환의 방법 세가지”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지금 글을 쓰는 저도 이마에 재를 얹고 있어요. 오늘 미사 가신 분들 중에는 성당에서 나오면서 털고 나오는 분도 계실꺼고, 또 오늘 미사에 가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죠. 실은 저도 수도원 오기 전에는 재의 수요일 미사에는 잘 가지 않았어요. 오늘 이마에 얹은 재는 아마 오늘 중에 아니면 늦어도 내일 중에는 없어지겠지요. 그래서 이 재가 의미하는 것은 뚜렷합니다. 세상의 것들과 우리의 생명이 덧 없는 것이라는 것과,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 재는 의미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래서 지상에서의 잠깐의 여정이지요. 동시에 우리는 이 재를 보면서 반대로 영원한 것으로 눈을 돌리게도 됩니다. 그리고 특히 하느님께서 그 영원 속에 약속해주신 용서로 향하게..

20231218 대림 3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태 1,18-24 [내 안에 커져가는 나와 맞선다는 것]

20231218 대림 3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태 1,18-24 [내 안에 커져가는 나와 맞선다는 것] ⠀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 3년 전 양성장 소임을 맡게 된 때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의 걱정과 두려움과 어려움이 떠올랐던 것은 예수님을 잉태하시는 성모님의 모습을 묵상하면서 였던 것 같습니다. ⠀ 다른 사람의 성장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어떤 형태의 부담감과 책임감을 주는 지는 다른 모든 일처럼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남자들은 더구나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우리는 결코 여성들의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성모님의 마음을 오롯이 알 수 없습니다. 짐작할 뿐입니다. ⠀ 그런데도 수도자나 성직자로 살수록 자꾸 만나는 유혹이 있습니다. 상담가나 코..

20231207 대림 1주 성 암브로시오 주교학자 기념일 묵상강론 마태 7,21.24 - 27

[이러다 기도 부탁하러 오시는 발걸음들이 끊기겠습니다.] ⠀ ⠀ “신부님 죄송합니다.” ⠀ 가끔 학생대표 폰으로부터 이런 톡이 오는 때가 있습니다. 학생 수사님들 중 누군가가 무언가를 깨뜨렸거나, 일을 잘 못했거나, 귀가 시간을 놓쳐 차가 끊겼거나 하는 일들이 있을 때면 이렇게 시작하는 톡이 옵니다.. ⠀ 드물지만 신학교 시험과 관련해서 오는 경우도 있습..

20231102 위령의 날 묵상강론 마태 5,1 - 12 “나의 믿음, 만남, 그리고 영성”

- 나의 믿음, 체험, 그리고 영성 - ⠀ 그저께 저녁식사 시간에 제가 동반하고 있는 학생 수사님들과 자유의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학년 수사님과 함께 신학교에 다니는 평신도 분이 수업시간에 던졌던 질문이 발단이었습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 ‘하느님께서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셔서’라는 구절에서 파라오가 마음이 완고해 진 것은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입니까?’ ⠀ 요지는 파라오가 마음이 완고한 것이 하느님의 탓인가 파라오의 탓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 ... ⠀ 우리의 대화는 자유의지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고, 과연 우리의 행동의 어디까지가 자유의지이고 어디부터가 하느님의 뜻인가 하는 문제와,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자유의지가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 이런 질문..

20230806 연중 18주간 주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마태 17,1-9 "불공평하고 모순된 세상"

오늘 복음 장면을 만날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데리고 가셨다.”에 저는 많이 머무르게 됩니다. ⠀ 아침에 일어나서 저 세명만 산에 올라 저런 체험을 하고 왔다고 하는 이야기들 듣는 다른 제자들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 과연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이 공평하다고 느꼈을까요? ⠀ … ⠀ 복음 후반부에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나옵니다. ⠀ 빛은 성경에서 매우 중요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묘사됩니다. 복음사가 요한은 예수님을 빛으로 직접 표현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부활 후 갖는 인간의 특성 네 가지 중 하나로 빛남을 들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고 또 백성을 보호하시는 방법으로 성경에 나오는 것이 구름과 그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

20230712 연중 14주일 수요일 마태 10,1-7 “자기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

20230712 연중 14주일 수요일 마태 10,1-7 “자기 자신에 대해 안다는 것”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던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것들이 쉽게 소개된 많은 책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애니어그램, MBTI, DISC 같은 검사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그 내용들이 일상에서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지나치게 가볍고 쉽게 스스로를 안다고 여기게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릅니다. 그런 것..

20230310 사순 2주 금요일 마태 21,33-43.45-46 "소작인이 할 일"

20230310 사순 2주 금요일 마태 21,33-43.45-46 "소작인이 할 일" ⠀ ⠀ "신부님,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 ⠀ 작년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라는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요즘 잘 읽지 않던 소설이라는 장르라 구입하고도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노랑과 빨강의 원색의 화려한 파충류들과 조류들이 그려진 표지도 전혀 저의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침대 맡에 한 달 넘게 있으면서도 제 방의 공기를 구경한 건 책의 서너 쪽에 불과했습니다. ⠀ ⠀ ... ⠀ ⠀ 갑자기기 속도가 붙은 어느 날 이틀 만에 다 읽어 내리고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야 비로소 왜 이 책으로 루이스 세풀베다가 그 해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여덟 번째 작가가 되..

20230305 사순 2주일 마태 17,1-9⠀"사랑에 압도되면"

20230305 사순 2주일 마태 17,1-9 ⠀ 사랑에 압도되면 ⠀ 무슨 말을 하는지 ⠀ 모르게 되어버려요 ⠀ ⠀ ⠀ ⠀ ⠀ #묵상 #기도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복음 #말씀 #독서 #사랑 #강론 #힐링 #일상 #인스타튠 #좋은 #하느님 #시편 #예수성심 #매일미사 #선교 #십자가 #수도회 #천주교 #가톨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