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낙서하기/맙소사인삶 6

20240117 [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

20240117 [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 ⠀ 상담과 심리학은 우리 엄마의 삶을 역기능 가족에서 희생자 역할로 규정한다. 우리 엄마의 삶은 왜곡된 인식들로 점철된 삶이며, 규정하지 못한 감정에 휘둘리는 삶이고, 주체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속박된 삶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상담과 심리학과 겨루고 있다. ⠀ 내가 만나는 세상 엄마들의 삶은, 아픔과 눈물이 쌓여 굳어진 돌가슴이고 무시와 푸대접이 일상이 되어 무뎌진 돌마음이다. 죽어가는 아기를 품에 안고 나에게 와 축복을 해주면 아이가 낳을꺼라며 간이 끊어질 듯한 눈으로 하는 기도의 부탁이다. 종교가 달라도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내 앞에서 세상에 단 하나 아이만이 존재하는 듯 바라보며 기다리는 조용함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 모든 엄..

20240116 [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구에게도, 또 그 누구에게도. ]⠀

20240116⠀[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구에게도, 또 그 누구에게도. ] ⠀ “고객님, 그냥 나갔다 오실 때 1회용품 사와서 쓰시는게 나을 겁니다. 남자분들끼리 설거지 하기도 힘들꺼고요.” “네.” ⠀ 펜션 주인의 말은 매우 친절했다. ‘네’ 라고 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나쁜사람이라도 될 것만 같았다. 정성을 가득 담은 말이었다. 숙소의 주방 찬장을 열자 갖가지 크기와 용도의 그릇들이 한 사람이 쓸 법한 분량으로 가지런히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놓여진 모양새나 크기의 조합이 마치 전시장에 전시라도 된 듯 인상적이었다. 정성은 여기에서도 묻어났다. 그래서 이 그릇들이 잘 쓰여지지 않길 주인장은 바랬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우리는 남자만 세 명. 겉으로 보기에 설거지도 못하는 사람처럼 ..

20240111 놀이터에서 낙서하기 [ 그에게는 비탄도 눈물도 없이 강인하게 자기 삶을 꾸려가는 힘이 있었다. ]

[ 그에게는 비탄도 눈물도 없이 강인하게 자기 삶을 꾸려가는 힘이 있었다. ] 그에게는 비탄도 눈물도 없이 강인하게 자기 삶을 꾸려가는 힘이 있었다. ⠀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그의 삶에서 그는 비탄하고 눈물을 쏟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그도 지금처럼 되기 전 옛날에는 나처럼 비탄에 빠져 눈물로 점철된 날들을 보낸던 적이 있진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누구누구는 어릴 때부터 이미 성인같았다던가 누구누구는 항상 성인같이 산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반드시 있다. 그럼에도 그를 보면 가끔 이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다. ⠀ 그의 어린시절을 나는 가끔 짖꿋은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건 솔솔한 재미가 있..

20240110 [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었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 (이 문장은 스가 아스코의 글에서)

20240110 [ 우리는 혼자 있을 수 없었기에 벌을 받는 것이다. ] ⠀ “영상통화 되시나요?” ⠀ 저녁 8시. 이제 꽤 모인 듯, 성이에게서 톡이 왔다. ⠀ 경기가 풀리며 나는 오랜 만에 회사에서 받은 대졸 신입사원이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아는 후배의 친형, 나이가 어리지만 선배, 동기, 그리고 내 뒤이 이어 입사한 동생들을 만났고, 젊고 푸르렀던 우리는 회사에서도 기숙사에서도 술집에서도 게임방에서도 함께였다. 웃고, 울고, 싸우고, 격려하고, 아파하고, 행복해하며 찬란하고 고달픈 신입사원의 시간을 함께 했다. ⠀ 추억이 많다. 어느날 영어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 공부가 필요한 동생들을 위해 영어 스터디를 만들었다. 우리는 스터디를 하기 위해 새벽에 1시간 일찍 출근했다. 스터디 강의 준비는 내 ..

이게 다 계란후라이 때문이야

[이게 다 계란후라이 때문이야] 몇일 전 회의가 길어졌고 수도원 안에서 식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밖으로 나가 김치찌개 집에 갔어요. 지난 번에 갔을 때 처음 보는 이모님이 계셨는데 계란후라이를 공짜로 구워 주셨어요. 우리는 고마워서 계란찜을 추가로 시켰죠. 이번에 두 번째로 뵈었는데 오늘 또 계란후라이를 구워 주시더라구요.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3시 쯤이었어요. 손님은 아무도 없었는데 가게 안에는 락 음악이 크게 울리고 있었어요. ‘아이고 이모님 롹을 들으시네요!’ 했더니 저를 알아보시고는, ‘아니, 제가 요즘 기력도 없고 우울해서 음악이라도 크게 듣고 정신 차리고 싶어서요’ 하시며 볼륨을 줄이셨어요. ‘아이고 이모님, 마침 저도 신나는 음악 듣고 싶었어요. 볼륨 더 크게 해주세요.’ 라고 했죠. 잠시 ..

[놀이터에서 낙서하기] 2023.11.17 이래 저래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

[놀이터에서 낙서하기] 2023.11.17 이래 저래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 ⠀ 오늘은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이다. ⠀ “13,000” ⠀ 화면에는 만 삼천원이라는 표시가 떴다. 나는 사람들이 제일 붐비던 지하 식품 코너에서 집어 온 삼결살 뭉치의 포장에 붙어 있는 테그를 다시 확인했다. 분명 26,000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만 육천원. 계산대에서 연신 바코드 리더기를 움직이고 있는 마트 직원에게 미안했지만 우리는 물어야 했다. ⠀ “저, 이거 이만 육천원 아닌가요?” ⠀ 마트 직원은 그날 수없이 대답했었을 지도 모르는 말을 마치 처음 하는 것 처럼 우리에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 “아, 네 이거 50 퍼센트 할인하는 상품이예요.” ⠀ 순간 나의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뛰는 가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