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낙서하기/맙소사인삶

20240117 [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1. 17. 23:17

20240117 [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


상담과 심리학은 우리 엄마의 삶을 역기능 가족에서 희생자 역할로 규정한다.
우리 엄마의 삶은 왜곡된 인식들로 점철된 삶이며, 규정하지 못한 감정에 휘둘리는 삶이고, 주체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속박된 삶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상담과 심리학과 겨루고 있다.

내가 만나는 세상 엄마들의 삶은,
아픔과 눈물이 쌓여 굳어진 돌가슴이고 무시와 푸대접이 일상이 되어 무뎌진 돌마음이다.
죽어가는 아기를 품에 안고 나에게 와 축복을 해주면 아이가 낳을꺼라며 간이 끊어질 듯한 눈으로 하는 기도의 부탁이다.
종교가 달라도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내 앞에서 세상에 단 하나 아이만이 존재하는 듯 바라보며 기다리는 조용함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 모든 엄마들의 삶에서 세상 모든 종교를 넘는 거룩함을 본다.

그리고 또 나는 우리 엄마의 삶에서 나로 하여금 세상을 사랑하게 하는 사랑을 본다.
그래서 상담과 심리학에 나는 계속 물어오고 있다. 우리 엄마의 삶은 그렇게 적절하지 못한 삶인가?

오늘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의 성모님에겐 슬픔이 있으나, 그 주위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져가는 세상을 보는 성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의 어머니에겐 슬픔도 있고, 그리고 그 주위도 온통 세상을 잃은 슬픔뿐이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슬픔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나는 거기서 어김없이 거룩함을 본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우리 엄마의 삶에서 슬픔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아무리 곰곰이 헤아려 보아도 답은 하나다. 거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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