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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5 [ 25년 만이었다 ]

20250715 [ 25년 만이었다 ]⠀25년 만이었다. 그냥 보지 않고 지나가는 게 당연할 정도의 4층에 매달린 낡은 간판. “카페 이스탄불”. 친구와 조용히 대화할 만한 카페를 찾아 부산대학교 앞을 10분째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을 지나갈 때 이 간판이 눈에 띄었다. 뭔가 옛날에 갔었던 곳 같은데, 뭔가 색달랐던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저기 가볼까?”“그래 가보자”“옛날에 갔었던 곳 같은데, 4층이네.”“가보고 분위기 아니면 나오면 되지.”⠀커피를 시키면 토스트와 팝콘을 무료로 주던 곳, 소파 사이에 작은 벽들이 있어 커튼을 치고 연인끼리 사랑을 속삭이던 곳, 이색적인 분위기에 벽에는 마음대로 낙서를 할 수 있던 곳. 고등학생 그리고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가끔 갔던 그 ..

20250712 연중 14주 토 묵상강론 마태 10,24-33⠀[ 작은 금은방에서의 미소 ]

[ 작은 금은방에서의 미소 ]20250712 연중 14주 토 묵상강론 마태 10,24-33⠀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어릴적 동네의 시장 어귀에는 작은 금은방이 하나 있었어요. 먼 친척분이 하시는 곳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저 작은 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 지겹지 않을까?" 저 작은 공간에서 일주일 내내, 일 년 내내, 몇십 년 동안 일한다는 건 저에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저런 작은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의 삶이란 무척 초라하고 재미없고 별 볼 일 없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어요. 만나는 사람들 일어나는 일들 다 뻔하고 설레거나 흥분되는 새로운 일들이 없을 테니까요.⠀얼마 전 수..

20250711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묵상강론 요한 10,16-23 [ 무조건 적이고 무방비적인 사랑 ]

[ 무조건 적이고 무방비적인 사랑 ]20250711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묵상강론 요한 10,16-23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세상의 도덕, 윤리, 계몽, 혁명 등과는 다릅니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때때로 세상에서 미움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맞다고 여기는 것을 아니라고 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세상의 가치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오늘 점심시간 십자가 앞에 잠시 묵상하며 십자가에 매달린 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묵상 동안에는 그동안 제가 지어왔던 죄들이 연이어 떠올랐습니다. 사제로 수도자로 여기 앉아있는 것이 부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