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금은방에서의 미소 ]
20250712 연중 14주 토 묵상강론 마태 10,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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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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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동네의 시장 어귀에는 작은 금은방이 하나 있었어요. 먼 친척분이 하시는 곳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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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작은 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 지겹지 않을까?" 저 작은 공간에서 일주일 내내, 일 년 내내, 몇십 년 동안 일한다는 건 저에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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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작은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의 삶이란 무척 초라하고 재미없고 별 볼 일 없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어요. 만나는 사람들 일어나는 일들 다 뻔하고 설레거나 흥분되는 새로운 일들이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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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도 생활에 대한 여러 어려움에 깊이 힘들어하던 시기에 한 수녀님과 짧은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미사를 가는 아주 작은 요양원에서 소임을 하고 계신 분이세요. 벌써 수도 생활을 20년도 훨씬 넘게 하고 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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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여기 얼마나 계셨죠?”
“벌써 7년이 되었네요”
“그렇군요. 7년 동안 어떠셨어요?”
“제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고 하는 거에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는 좀 적응하는 데 힘들었죠. 그래도 지난 7년 동안 어르신들하고도 친해지고, 봉사 오시는 분들하고도 한 분 두 분 이야기 하면서 만나게 되고, 블루베리도 따고 하면서 지내다 보니 지금은 잘 지내고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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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곳에서 수녀님 삶에서 7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보내며 지내는 것이 아깝지 않으셨어요? 매일 반복되고 별 새로울 것이 없는 이곳에서의 소임이 지겹지 않으셨어요? 그 긴 7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어른들 모시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농사짓는 것만 하는 게 재미없지 않으셨어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은 당연히 속으로만 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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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저는 그 대화를 되새기며 저를 돌아봤습니다. 기억 속의 작은 금은방이 떠올랐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수도원에 갈 때 저의 첫 마음도 생각났습니다. 지금 제가 겪는 수도생활에의 어려움은 어쩌면 조미료 없는 슴슴한 수도 생활의 맛을 알아가기 위한 관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서품을 받고 양성소를 떠나 조금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이 삶의 여기저기에 뿌려지고 있는 삶의 조미료는 무엇 무엇인가 성찰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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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어쩌면 저라는 사람의 수도 생활의 목적지는 그 금은방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금은방에 앉아 지나가는 어린 시절의 저에게 말없이 웃어줄 수 있는 수도자가 되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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