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묵상 #기도 #복음 #말씀 #독서 #천주교 #강론 2

2020년 2월 25일 연중 7주 화요일

5살 때 부산으로 이사 온 후 초등학교 시절 처음 기억에 남아 있는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갔다 와서 어느새 텅 비어있는 방을 봤을 때, 제 마음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찾아왔었습니다. 어린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아마도 조금은 허탈하고 또 조금은 공허한 그런 상실이나 이별의 아픔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커먼 공간 안에서 귀신이 손을 내뻗을까 기대어 앉아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겁내곤 했던 장롱이 있던 자리엔 빛을 못 봐 창백해진 장판의 맨얼굴이 있을 뿐이었고, 그 위로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녹슨 동전 몇 개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안 쓴 지 한 참되었지만 할머니가 발을 밟으시며 돌리곤 하셨던 미싱이 있던 자리에는 다리 끝에 눌려 푹 꺼진 자국들도 쓸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

2020년 2월 19일 연중 6주 수요일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받았던 몇 가지 큰 도움 중 하나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틀림없이 맞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어떤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오늘 묵상 중에 그런 생각들 중 하나가 떠올랐어요. "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의 수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말을 20대 중반에 접했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하던 시절 봤던 어느 일본 드라마 속의 대사였죠. 그 후로 이 말은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는 큰 기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는지, 또 저의 특별한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보면서 제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를 가늠하곤 했었어요.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