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년 2월 19일 연중 6주 수요일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2. 19. 17:23

 

 

 

  수도생활을 하는 동안 받았던 몇 가지 큰 도움 중 하나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틀림없이 맞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어떤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입니다. 오늘 묵상 중에 그런 생각들 중 하나가 떠올랐어요.

 

"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의 수를 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말을 20대 중반에 접했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하던 시절 봤던 어느 일본 드라마 속의 대사였죠. 그 후로 이 말은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는 큰 기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아는지, 또 저의 특별한 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보면서 제가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를 가늠하곤 했었어요.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요. 존경받거나 사랑받을 만한 삶을 살았던 사람의 생일찬치나 장례식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실과 섞여 있던 적절하지 않은 두 가지 생각을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첫째는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이 내 삶의 목표야'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지요. 충실한 삶이나 의미 있는 삶의 결과가 항상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경할 만한 분들의 초라한 장례식도 많았고, 장례식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의 삶을 살았던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에야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에 사람들이 많이 오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무리했거나 마음을 왜곡했던 제 삶의 많은 순간들을요 . 외롭지만 숭고한 무덤도 참 아릅답다는 것을 지금은 압니다. 예수님의 무덤 처럼요.

 

  둘째는 '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 있어야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생각 역시 적절하지 못했지요. 많은 관계를 맺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조금 더 삶을 살면서 그런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외롭지만 가야할 길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지금은 압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 처럼요.

 

 이 두가지 생각이 저의 마음을 잘못 채우고 있던 과거의 내가 마치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눈먼 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직도 저는 명예와 인기를 탐하는 마음을 모두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금 저의 마음에는 다른 잘못된 생각들이 역시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들이 저 자신과 형제들 그리고 이웃들을 사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주고있다는 것을 성찰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눈먼 이를 치유해 주시고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라고 명하십니다. 이 말씀은 내가 이제 내가 치유받고 또 깨달았으면 다시 과거의 어둠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라 라는 말씀으로 제게 들렸습니다. 행여 다시 돌아가 제가 명예나 인기를 탐하게 되더라도 '네 눈에 손을 대어줄 테니 어서 눈을 뜨고 그 마을에서 나오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한 주간 바쁜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조금의 틈이라도 내기가 너무나 어렵지만 잠시 믹스 커피 한잔 섞는 시간 처럼 지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잘못된 생각들은 무엇일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그리고 눈을 뜨고 다시 일상을 시작해 봅시다. 분명히 또 다른 기쁨이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기쁨은 우리 안에 오래 머뭅니다. ^^

 

 

 

 

 

< 독서 및 복음 >

 

1 독서

 

야고보서 1,19-27
19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것을 알아 두십시오.
모든 사람이 듣기는 빨리 하되,
말하기는 더디 하고 분노하기도 더디 해야 합니다.
20 사람의 분노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실현하지 못합니다.
21 그러므로 모든 더러움과 그 넘치는 악을 다 벗어 버리고
여러분 안에 심어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십시오.
그 말씀에는 여러분의 영혼을 구원할 힘이 있습니다.
22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23 사실 누가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는 거울에 자기 얼굴 모습을 비추어 보는 사람과 같습니다.
24 자신을 비추어 보고서 물러가면,
어떻게 생겼었는지 곧 잊어버립니다.
25 그러나 완전한 법 곧 자유의 법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머물면,
듣고서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 실행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한 사람은 자기의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26 누가 스스로 신심이 깊다고 생각하면서도
제 혀에 재갈을 물리지 않아 자기 마음을 속이면,
그 사람의 신심은 헛된 것입니다.
27 하느님 아버지 앞에서 깨끗하고 흠 없는 신심은,
어려움을 겪는 고아와 과부를 돌보아 주고,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복음

 

마르코 8,22-26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22 벳사이다로 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눈먼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는
그에게 손을 대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23 그분께서는 그 눈먼 이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그에게 손을 얹으신 다음,
“무엇이 보이느냐?” 하고 물으셨다.
24 그는 앞을 쳐다보며,“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5 그분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26 예수님께서는 그를 집으로 보내시면서 말씀하셨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