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년 2월 10일 연중 5주 월요일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2. 10. 21:52

 

 

 

 

오늘 저희 수녀회 청년사도직 담당 수녀님들과

연간 일정이랑 여러 안건 회의를 하고

종일 회의를 한 터라 지치고 배고 고파서

수녀원 근처로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근처에서 잘 사먹지 않았던 터라 함께 길을 걷다가

아직 저녁 오픈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친절하게

들어오라고 하는 길가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을 편 순간 요리말고는 단 하나 있는

식사의 가격이 만원을 넘는 것이었어요.

잠시 망설이다 그냥 나가기가 너무 미안해서

그냥 3명 식사를 주문했습니다.

 

반짝이는 쌀밥이며 정갈한 그릇에 조금씩

정성스레 담겨 있는 나물이며 조림들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한참 먹다가

 

빈 찬그릇들을 보며 제가 수녀님께 이렇게 물었어요.

"수녀님.. 이렇게 비싼데는 반찬 더 달라고 하면 안주겠죠?"

그러자 수녀님은 "그렇겠죠?" 라고 대답하셨죠.

 

그러다 제가 용기를 내서 질끔 고개를 내밀고는

"저기요,, 여기 반찬 더 주시지는 않죠?"

라고 아는 척 물었어요. 그러자 사장님은 웃으시며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아니예요 저희는

 기본반찬은 더 드려요~" 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곤 저는

"자본의 무게에 눌려 친절을 아예 기대하지 않았네요"

라고 말하며 저희들끼리 키득키득 웃었어요.

 

그리고 나중에 복음을 묵상하면서

그 순간이 떠오르며 이런 생각이들었어요.

"아.. 우리는 나도 모르게 갖고 있는 기준들 때문에 속단해서 

누군가의 친절을 아예 기대하지 않거나 오해하곤 하는구나."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은 들어가는 고을 마다 사람들이 몰려오고

그 옷자락에 손을 대는 사람마다 다 구원을 받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장면 밖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예수님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관심없는 사람들,

설마 나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

미친 사람 아니나며 비난 하는 고향 사람들,

점점 명예나 권력을 얻어가는 위험한 경쟁자로 보는 사람들...

 

오늘 하루를 보내는 동안 내가 만난 여러 사람들

처음 만난 사람들, 대강 아는 사람들, 잘 아는 사람들 각각

내가 어떤기준으로 보고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그들과의 역사나 첫인상 같은 것들로

먼저 판단해서 오늘 그들에 나에게 베풀 친절을

내가 먼저 막고 있던 순간은 없었는지,

그들의 말이나 마음을 오해한 순간은 없었던지

돌아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잘 아는 사람이면 눈 앞의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 속의 그 사람을 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 눈 앞의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온 그 사람의 인상을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베푸신 많은 예수님의 기적이

예수님의 고향에서는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테지요.

깨어있다는 일이 참 쉽지 않습니다. ^^

< 독서 및 복음 >

제1독서
<계약 궤를 지성소 안에 들여다 놓았다. 구름이 주님의 집을 가득 채웠다.>
▥ 열왕기 상권 8,1-7.9-13
그 무렵 1 솔로몬은 주님의 계약 궤를 시온, 곧 다윗 성에서 모시고 올라오려고,
이스라엘의 원로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의 각 가문 대표인 지파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예루살렘으로 자기 앞에 소집하였다.
2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에타님 달, 곧 일곱째 달의 축제 때에
솔로몬 임금 앞으로 모였다.
3 이스라엘의 모든 원로가 도착하자 사제들이 궤를 메었다.
4 그들은 주님의 궤뿐 아니라
만남의 천막과 그 천막 안에 있는 거룩한 기물들도 모두 가지고 올라갔는데,
사제와 레위인들이 그것들을 가지고 올라갔다.
5 솔로몬 임금과 그 앞에 모여든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가 함께 궤 앞에서,
헤아릴 수도 없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양과 황소를 잡아 바쳤다.
6 그러고 나서 사제들이 주님의 계약 궤를 제자리에,
곧 집의 안쪽 성소인 지성소 안 커룹들의 날개 아래에 들여다 놓았다.
7 커룹들은 궤가 있는 자리 위에 날개를 펼쳐 궤와 채를 덮었다.
9 궤 안에는 두 개의 돌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돌판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올 때,
주님께서 그들과 계약을 맺으신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 둔 것이다.
10 사제들이 성소에서 나올 때에 구름이 주님의 집을 가득 채웠다.
11 사제들은 그 구름 때문에 서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주님의 영광이 주님의 집에 가득 찼던 것이다.
12 그때 솔로몬이 말하였다.
“주님께서는 짙은 구름 속에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13 그런데 제가 당신을 위하여 웅장한 집을 지었습니다.
당신께서 영원히 머무르실 곳입니다.”

복음
<예수님께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 마르코 6,53-56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은 53 호수를 건너 겐네사렛 땅에 이르러 배를 대었다.
54 그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님을 알아보고,
55 그 지방을 두루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께서 계시다는 곳마다 데려오기 시작하였다.
56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