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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 연중 6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태 16,13-19 [신앙에 있어 아는 것은 반드시 사랑으로 변한다]

20250221 연중 6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태 16,13-19  [신앙에 있어 아는 것은 반드시 사랑으로 변한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는 가톨릭 교회의 반석이자 교도권의 중심인 교황의 역할이 시작되는 순간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순간에 베드로는 이 역할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떤 희생과 고난의 잔을 마셔야 하는 일인지 몰랐를 겁니다. 아직 예수님은 칭송받고 존경받고 있으며, 자기들은 예수님 근처에서 빛나는 미래를 꿈꾸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렇다는 사실은 이어지는 21절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베드로에게 교회의 반석이 될 것이며 하늘나라의 열쇠를 준다고 하신 예수님은 바로 이어서 21절에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십니다. 예루살렘에서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20250303 연중 8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 오늘 하루에 충실한다는 것 ]

20250303 연중 8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 오늘 하루에 충실한다는 것 ]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한 생을 노력해 온 놀라운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계명들을 이 청년은 이미 잘 지켜왔습니다. 그 말과 태도가 얼마나 진실했으면 예수님께서 이 청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셨을까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마지막 하나 더 노력할 것이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청년은 그만 한계를 만나고 맙니다. 그리고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는 이 청년의 깊은 실망과 절망의 마음을 깊이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때 이 청년의 마음은 지금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우리도 똑같이 느끼며 힘들어 하..

20250222 연중 6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8,22 - 26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20250222 연중 6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8,22 - 26⠀ “그라면 마 됐다. 다음에 보자.”⠀전화기 너머 아버지의 말에 나는 어정쩡하게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내일 서울에 어머니와 여관을 잡을 테니 저녁에 소주 한잔 하자시는 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일, 어머니의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하루 올라오신다. 그 참에 한 번 보자는 말씀이시다. 강남은 밤에 다시 수도원에 돌아오기는 너무 머니, 수도원 근처로 와서 저녁 먹고 손님방에서 주무시라는 나의 권유에 대한 단칼 대답이다.⠀“내일 해야하는 일이 죽고 사는 일이가? 만날 수 있을 때 많이 만나라. 늦으면 후회한다.”⠀전화를 끊기 전후로 한참 동안 내 마음에 이 말이 맴돌았다. 그래도 ‘그렇게..

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

[ 권위 그리고 사탄과 싸우는 법 ]20250127 연중 3주 월 묵상강론 마르 3,22 - 30⠀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묵상하게 됩니다.그저께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검은 수녀들이라는 영화였습니다. 평화방송국이나 SNS에 신부님들이 후기를 많이 올리길래 보고 싶기도 하고 기대도 되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를 찍을 곳을 섭외하던 촬영팀으로부터 저희 강화도 수도원으로 섭외요청이 오기도 했었습니다. 좀 인연이 있다 할 수 있지요. 구마에 관한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 오늘 복음을 묵상하는 일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묵상의 주된 질문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사탄의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였습니다.⠀권위에 대해서 뜻을 찾자면 신학 철학 정..

20250122 연중 2주 수요일 마르 3,1-6 [예수님의 분노와 슬픔을 묵상하기 위해서는]

20250122 연중 2주 수요일 마르 3,1-6 [예수님의 분노와 슬픔을 묵상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이 고해소에서 잘못 고해하셔서 안타까운 내용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대로 다죄인 것은아닙니다. 예를 들어 질투, 분노, 시기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안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그대로 죄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감정이 마땅히 일어나야 할 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 마땅할 것입니다. 마치 소설 『이방인』의 한 장면처럼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가서 눈물은 커녕 일말의 슬픔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머리 속에 그려보면 너무나 이상하게 보일 것입니다. 자기 가족을 해친 사람을 보고 미움이나 분노를 느끼지 못하고 연민..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어릴 때부터 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사의 순서나 제사상 위 음식의 위치 같은 것들로 집안 어른들이 크게 다투시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게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것을 어느 해에 갑자기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제사를 시작하면 제사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나, 제사는 12시가 되어야 시작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얼굴을 붉히시..

20250113 연중 1주 월요일 마르 1,14-20 [ 어머니의 세례명 정하기 ]

20250113 연중 1주 월요일 마르 1,14-20 [ 어머니의 세례명 정하기 ]  오늘은 어머니 세례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오후 어머니가 톡으로 '교리반에서 이제 세례명을 정하라카데 대모랑.' 라고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언젠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어머니가 세례를 받으신다면 세례명은 무얼로 하시라고 할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을 넘게 생각해 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기적의 한가운데 있습니다.우선 어머니의 음력 생일에 맞는 양력 생일을 찾고, 그 양력 생일에 해당하는 축일의 성인들을 찾아 몇 분을 알려드렸습니다. 또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삶의 성인을 소개해 드리려 했지만 '몰라, 생각 안해봐서리'라고 하시니, 이 방법은 좀 ..

20250106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마태 4,12-17.23-25 [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20250106 주님공현대축일 후 월요일 마태 4,12-17.23-25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 ⠀많은 학자들이 공통되게 연구를 통해 도출한 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좋은 것보다 좋지 않은 것에 대해 더 큰 영향을 받고 오래 기억한다고 합니다. 좋은 일들은 그렇지 않은 일들보다 빨리 잊힌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구결과가 사실인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조금만 우리 삶을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은 사랑과 은혜를 우리는 자주 잊습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나 형제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일들에 대해서도 이러니 하느님과의 일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죠.⠀기도 안에서 돌아보기만 하면 금방 하느님께 받은 은혜와 감사들이 잘 떠오르지만, 하루를 사는 동안 이런 저런 일에 신경을 ..

2024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 10,17-22 [마음이 다시 빈 구유가 되는, 기다림의 신비]

20241226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 10,17-22 [마음이 다시 빈 구유가 되는, 기다림의 신비]⠀묵상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우리 마음은 빈 구유가 되어 간절히 기다리기도 하고, 의회와 회당이 되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합니다.⠀지난 대림시기 중에 마음과 몸이 고된 시기가 한 동안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기력을 회복하고 오랜만에 고요 속에 묵상하려고 성전에 앉았을 때였습니다. 적막함 속에 고단한 몸과 마음을 잡아매고 앉아 있는데, 불현듯 내가 여기 앉아서 누군가를 이렇게 기다릴 수 있다는 현실이 매우 비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이 기다림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다는 것이 너무나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을 알게 되고,..

20241212 대림2주 목 묵상강론 마태 11,11-15 [ 어떻게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고 또 동시에 이토록 아름다운가]

20241212 대림2주 목 묵상강론 마태 11,11-15 [ 어떻게 인간은 이토록 잔인하고 또 동시에 이토록 아름다운가]    그저께 10일 자정 즈음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내란 정국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이 때에 유튜브 영상들 사이에서 그나마 위로를 주는 빛나는 영상이었습니다. 사실은 지금도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박지성이 영국 명문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때나, 손흥민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득점왕을 할 때나, 비티에스나 블랭핑크가 미국 빌보드 챠트나 일본 오리곤 차트에서 1위를 할 때에도 정말 놀랐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한글로 쓴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었기에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정말 케이팝 케이컬쳐의 영향이 큰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