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60116 연중 1주 금요일 묵상강론 마르 2,1 - 12 [ 슬픔 분노 억울함 무기력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일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6. 1. 16. 01:52

20260116 연중 1주 금요일 묵상강론 마르 2,1 - 12
[ 슬픔 분노 억울함 무기력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일 ]⠀

 

“내가 진정 만나기 힘들어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라
그런 분들로 인해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과 무기력함에 우울함에서
나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구나.”


저에게는 제가 힘들 때 저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제가 아무리 못나게 행동하고 이상한 선택을 한다해도
언제나 저를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걸 아니까,
때로 저를 비난하거나 때로 오해를 해도
그들이 그렇게 밉거나 섭섭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은 속이 상할 때도 있지만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저도 그들에게 그런 존재입니다.

저는 수도자고 사제라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일상입니다.
오히려 저를 믿고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는 분들에게
제가 감사하고 또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분들도 제가 그런 걸로 그분들을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까 저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일 겁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과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제가 쉽게 마음을 열고 믿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가 곁에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불편해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누군가와 일부러 불편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꼭 누군가와는 불편해지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납니다.
왜 그렇게 세상을 만드셨냐고 하느님 탓을 해봐야
왜 비가 오지 않느냐고 가문 하늘에 소리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늘 묵상 중에 하느님께서 저를
이런 생각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내가 진정 만나기 힘들어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는 분들이 아니라
그런 분들로 인해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과 무기력함과 우울함에서
나오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구나.”

무엇도 하지 못하고 거기 머물러 있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저에게 가장 쉽고 편한 일입니다.
남 탓만 하면 되니까
변화하지 않아도 되니까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비운의 주인공으로 머물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

그런데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저는 체험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랑없이 지내는 중에 제 안에 주님께서 오시는 때면
기도 중에
대화 중에
독서 중에
미사 중에
제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납니다.

서글픈 세상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
힘든 기억과 아픈 상처들이
내 안에 찾아오신 주님께로
모여듭니다.
오늘 복음처럼 지붕을 뚫고 오고
내 마음의 대문 바깥까지 가득 차게 모입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면 저는 다시 불편해 집니다.

남이 아니라 나를 보라고 양 볼이 잡혀 고개가 돌려집니다.
남이 아니라 내가 변화해야 한다고 귀가 가려워 집니다.
위로받기보다 위로해야 한다고 등 떠밀려 집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이들을 주인공의 자리에 초대하라고
목덜미가 잡혀 끌려 내려옵니다.

그래서 세상 편하게 머물러 있던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과 무기력함에 우울함에서
강제로 끌려나오게 됩니다.

다시 사랑하라고.

...

모두와 깊은 친구가 될 수 없지만
모두를 친구처럼 존중할 수는 있습니다.
사랑은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용서하고 수용하고 화해하는 일보다
먼저 되어야 할 것은
내 집 가득히 주님과 주님의 손님들을 모시고
내가 사랑의 상태에 머무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일 이런 일을 겪습니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때가 언제냐 하면...
그 때 우리는 이렇게 고백 합니다.

주님 제안에 당신을 모시기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주님
저와 당신의 찾아옴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희가 당신을 모시고
사랑 안에 머물게 하시고
불편한 삶을 향해 두려워하지 않고
집을 나서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