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3 연중 8주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 오늘 하루에 충실한다는 것 ]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한 생을 노력해 온 놀라운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든 계명들을 이 청년은 이미 잘 지켜왔습니다. 그 말과 태도가 얼마나 진실했으면 예수님께서 이 청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셨을까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마지막 하나 더 노력할 것이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청년은 그만 한계를 만나고 맙니다. 그리고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는 이 청년의 깊은 실망과 절망의 마음을 깊이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때 이 청년의 마음은 지금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우리도 똑같이 느끼며 힘들어 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소명과 수도회의 사도직과 나 개인의 성숙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또 무언가 더 노력하려고 애쓰며 삽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수님의 음성만 들려오는 것 같은 때가 있습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나에게 불가능한 것까지 요구하시는 듯한 예수님의 음성에 실망하거나 힘들어하곤 합니다. 저 역시 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시는 듯한 예수님에게 답답하고 실망스럽고 슬픈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면담이나 고해성사에서도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그 당시 제자들고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낙타와 바늘귀 비유를 하며,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겠냐, 구원이 어렵지 않냐고 놀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느님께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체험을 종종 합니다.
한 달에한 번 미혼모의 집에서 어머니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오는 미혼모 어머니들을 참 다양한 기구한 사연들이 많습니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온 엄마, 교도소에서 출산을 위해 나온 엄마, 성폭생 당한 엄마, 마약에 쩔어서 살다 신고 당해서 온 엄마 등등. 그 중 한 분의 사연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도박과 보증 등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결국 엄천난 빚을 지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그녀가 대신 그 엄청난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몇몇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전혀 소명이 안되어서, 7년 동안년동안 대책없이 안 값고 그냥 버텨왔다고 합니다. 이 분은 모태신앙을 가지셨는데, 어느 날 감당할 수 없는 빚과 아이의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아 괴로워 하던 중에 성경을 읽다가 주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 주신다는 구약의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구절을 붙들고 열심히 기도하면서 그 사연과 성경 구절을 육아일기에 적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육아일기를 보게 된 한 봉사자가 자기가 이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봉사자가 유능한 유명한 변호사였고 결국 이 엄마의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져 빚을 탕감받게 된 겁니다. 7년 동안 고생했는데 한 방에 해결된 거죠. 그 뿐이 아닙니다. 있을 곳이 필요하니 여기 좋은 시설에 오게되고, 나가서 살 집이 필요하니 집이 구해졌고, 일하기 위해 차가 필요하니 갑자기 언니로부터 차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기도했더니 정말 하느님께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주신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하느님의 일에 동참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시설의 수녀님들, 변호사들, 언니분, 그리고 후원자분들. 저도 이 엄마가 필요로로 하는 것들 중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며 하느님께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시는 일에 동참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도 어머니가 교리반에 들어가시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일에 동참한 많은 분들을 다시 기억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 하며 삽니다. 그리고 때로 너무 많은 불가능한 것을 나에게 요구하는 예수님을 음성을 듣고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나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면 내가 뜻한 것은 아니나,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에 나를 유용하게 쓰고 계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어쩌면 진부하고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내가 어떤 일을 하기에 너무 부족하게 느껴지기 일쑤이지만, 내가 내일에 충실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하느님의 큰 일에 쓰여질 거라고 믿게 됨. 설사 나의 부족함에 부자청년처럼 슬퍼하며 돌아서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 청년의 슬픈 돌아섬 조차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를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는 도구로 쓰여지고 있음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일하심에 믿음을 두려고 합니다.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 나의 일과 기도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하느님은 나의 삶을 가치있고 의미깊게 사용하시는 분이심을 오늘 하루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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