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5. 1. 21. 10:08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어릴 때부터 저는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사의 순서나 제사상 위 음식의 위치 같은 것들로 집안 어른들이 크게 다투시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그게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런 것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건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던 것을 어느 해에 갑자기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제사를 시작하면 제사 관련해서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나, 제사는 12시가 되어야 시작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말 얼굴을 붉히시며 서로 맞다고 다투시던 것들을 해가 흘러가며 갑자기 바꾸시는 것을 보는 것은 더 기가 차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큰 이유 없이 편하게 바꿀 거면 도대체 왜 그렇게 목숨처럼 여기면서 지켜왔냐는 거죠. 그냥 지켜야 하니까 지켜온 것들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안식일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있는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 라고 하십니다. 오늘 이 복음 말씀은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오랫동안 열심히 지켜 온 습관이나 가치들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말씀은 우리가 가진 그런 습관과 가치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그것들이 내 삶에서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도록 초대합니다.

 

저는 유년기 시절 '큰 소리를 내면 안된다, 뚜렷한 자기주장을 가지면 안 된다.'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살았었습니다. 큰 소리를 내거나 뚜렷이 자기주장을 하는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그런 어른이 되지 않을 것이라 철석같이 다짐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서 여러 사회 경험을 하고, 이런저런 토론을 하거나, 리더로서의 경험을 하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주변 사람을 위하는 배려나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온 만큼 그것을 인정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 자신을 부정하는 아픔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매우 컸습니다. 생각과 인생의 가치를 바꾸는 것을 쉬운 일도 금방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또 올바로 크게 소리를 내거나 올바르고 뚜렷한 나의 주장을 가지기 위해서, 저는 열심히 공부했고, 치열하게 고민했고, 실패하고 아프지만 다시 계속 도전하는 실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에게는 이런 버려야 할 것들이 아직 많습니다.

 

유대인들에게도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기던 안식일의 법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예수님의 시대나, 니케아 공의회의 시대나, 갈릴레이의 시대의 사람들은 믿는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목숨을 거는 어려운 일인지 삶으로 체험했습니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크나 큰 우주 구석의 떠도는 작은 하나의 먼지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자신의 삶과 교회의 신앙을 송두리째 뒤집어 뽑는 어렵고 아픈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의 어려움을 상상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면의 세계에서 만큼은, 오늘도 우리는 똑같은 도전을 매일 받고 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기 위해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다가 세상의 변두리의 하나의 작은 먼지로 가는 일 역시 어렵고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라 살고자 하는 신앙인인 우리는 우리는 계속해서 이런 아픔을 겪어가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우리 삶의 안식일 규정을 찾아서 버리고 우리 자신도 우주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라고 격려합니다. 오늘 저는 제가 버려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을 성찰해보려 합니다. 버려야 할 것들은 용기 내어 버릴 준비를 시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은 과연 내가 전정 무엇을 위해 지켜려고 하고 있는가를 깊이 살펴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복음말씀과 함께 여러분 삶에서의 안식일 규정은 무엇인지 잘 성찰하며 예수님 안에서 성장하시는 하루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