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3 연중 1주 월요일 마르 1,14-20 [ 어머니의 세례명 정하기 ]

오늘은 어머니 세례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오후 어머니가 톡으로 '교리반에서 이제 세례명을 정하라카데 대모랑.' 라고 메시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언젠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서 어머니가 세례를 받으신다면 세례명은 무얼로 하시라고 할까?'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을 넘게 생각해 오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기적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우선 어머니의 음력 생일에 맞는 양력 생일을 찾고, 그 양력 생일에 해당하는 축일의 성인들을 찾아 몇 분을 알려드렸습니다. 또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 물어보고 그런 삶의 성인을 소개해 드리려 했지만 '몰라, 생각 안해봐서리'라고 하시니, 이 방법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삼십 년을 넘게 생각해 온 문제지만 이렇게 막상 코 앞에 닥치게 되니 정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새로운 삶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에는 설레는 기대도 있고 조마조마한 걱정도 있습니다. 아직 세례식까지는 두 달 넘게 남았으니,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할 일을 다 했으니 기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여느 때와 같은 하루지만, 갈릴레아에서 새로운 삶을 맞을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제자들을 불러 모으십니다. 아마 한 인간으로서 예수님의 마음에도 설레는 기대와 조마조마한 걱정이 있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미래가 현재를 움직이는 겁니다.
과거가 현재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저도 '미래가 현재를 움직인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오늘도 미래에 의해 움직이는 날이길 빕니다. 기쁜 희망의 미래든 무서운 걱정의 미래든, 그 미래가 여러분의 오늘 하루를 살아 움직이게 한다것을 느끼 희망을 가실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그래도 살아 움직이는 오늘 하루는 우리의 과거가 살리는 것임을 알고 감사의 마음이 깃드시길 기도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믿음이 없는 곳에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완벽한 믿음을 가지기 힘든 우리는 항상 얼마쯤은 두려움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서로의 기도와 체험은 서로의 믿음이 되어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로 하여금 나아가도록 합니다. 저의 기도와 체험이 여러분의 믿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길고 길었던 지난 33년, 이제 곧 이루어지는 어머니의 세례를 기다리는 저의 조마조마한 걱정도 여러분의 기도로 담담히 맞이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 마르코복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122 연중 2주 수요일 마르 3,1-6 [예수님의 분노와 슬픔을 묵상하기 위해서는] (0) | 2025.01.22 |
---|---|
20250121 연중 2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 2,23 -28 [ 성장이란 지구가 우주 중심이었다가 변두리 먼지가 되듯 나도 세상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내려오는 것 ] (0) | 2025.01.21 |
20241013 연중 28주 주일 묵상강론 마르 10,17-30 [예수님을 떠나는 길, 예수님으로 떠나는 길] (3) | 2024.10.17 |
20240616 연중 11주 주일 묵상강론 마르 4,26 - 34 [지금 씨뿌리는 사람] (0) | 2024.06.15 |
20240527 연중 8주간 월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7-27 [질문의 순서를 바꿔보세요] (0) | 202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