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식일에 일하는 사람들 ]
20251027 연중 30주 월 묵상강론 루카 13,10-17

9월과 10월은 정말이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9월 한달은 거의 저희 수도회의 국제회의가 있던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희의 통역을 하며 보냈습니다. 10월에는 중요한 한국관구 내에서 중요한 세 개의 회의가 연이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주 내내 있었습니다. 시차적응을 하며 참석자 확인, 숙소준비, 각종 보고서 취합, 회의록 제작, 회의 중 서기 등등의 일들을 겨우 끝내고 오늘 주말을 맞아 한 숨 돌리고 있습니다.
아직 회의록 정리 제작 배포며, 회의 때문에 처리하지 못했던 일들이 줄줄이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토요일 답게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만, 아침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방에서 쉬었고, 점심 전후로는 미뤘던 짐정리며 방청소며 빨래로 시간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묵상글을 올린 지도 한참 되었네요.
"아우, 별 것 아닌 것 같은 거 가지고 왜 그리 열을 내고 토의를 하노. 대충 뜻만 맞으면 아무 단어나 쓰면되지. 답답해서 나는 뛰텨쳐 나가고 싶더라."
수도회 회칙 변경 건을 논의하면서 참고한 영어 회칙서의 어떤 단어를 무슨 한국어 단어로 번역해야 하는 가로 한참을 토론 한 후의 휴식시간에 한 선배 수사님은 눈을 크게 뜨면서 이야기하셨습니다. 낚시를 좋아하시는 수사님에게 저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사님. 그 말씀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아요. 회를 먹을 때 아 회구나 맛있다 하고 먹으면 되지 굳이 이게 우럭이고 이게 돔이고 구분하는게 뭐가 중요하냐 하는 말이랑 같은 거란 말이죠."
"에레기 그게 뭐가 같노, 회는 당연히 딱 보면 구분되는데!"
선배 수사님과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마주보며 껄껄 웃었습니다. 연일 계속 되는 회의에 벌겋게 충혈된 눈들이었지만 이런 시덥지 않은 웃음이 서로에게 힘이 됩니다.
얼마 전에도 들었던, 일이 많을 때는 종종 듣게 되는, 또 제가 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아마 세상의 많은 수도자들이 하는 말일 겁니다.
"내가 수도원 올 때는 조용히 기도만 하고 피정하면서 살 줄 알았는데, 이랄 줄 몰랐다."
오늘 복음을 지난 토요일 묵상하다 지금 저의 처지를 보면 정말 예수님의 말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은 자괴감도 듭니다. 안식일에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회당장의 말을 듣고 싶을 지경입니다. 예전 회사생활을 돌아보지 않아도 세상에는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렵게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는 세상에서 어렵고 힘들게 또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기를. 그분들에게 실없이 웃을수 있는 동료과 시간이 끊임없기를. 그분들의 노력이 그분들에게 보람으로 돌아가기를. 그리고 그분들의 마음이 일에 압도되지 않고, 안식일에 여인을 고쳐준 예수님의 마음으로 항상 젖어 있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물론 저를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곧 10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이맘 때면 연례행사처럼 틴휘슬을 꺼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노래를 연습니다. 누구에게 들려줄 만 하지는 않지만, 연습하고 연주하는 동안에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힘이 됩니다. 너무 힘들 때는 그럴 힘도 없지만, 그럭저럭 올해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열여덟 해 동안 병마에 시달리며 허리도 못피고 살았던 여인이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잠시라도 허리를 펴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쁨을 느끼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예수성심전교수도회#복음#묵상#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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