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낙서하기

20260106 대구교구 서품식 [서품식과 손수건]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6. 1. 6. 17:06

20260106 대구교구 서품식  [서품식과 손수건]
 

 
"다음 서품식에 갈 때 나도 손수건을 챙겨가야겠다."
 
눈물은 콧물과 섞여서 떨어지지도
그렇다고 맺히지도 않은 채
코 끝에서 길게 늘어져
무릎 꿇은 새 사제의 흐느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새사제를 위한 사제단의 안수를 위해 나갈 준비를 하던
나의 마음과 눈도 훌쩍 떨렸습니다. 
 
어느 순간 그 사제에게 안수를 하러 다가간 한 신부님이
새 사제의 손에 손수건을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를 하고
지나갔습니다.
 
새 사제는 그제야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고
코를 닦고 다시 살며시 눈을 덮었습니다.
 
그 손수건에 닦인 눈물과 콧물에는 
한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
희망하고
기뻐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다시 
희망하며
감사하는
모든 여정이 맺혀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먼저 걸어왔던 한 사람이
같은 길을 조금 뒤에서 걸어오고 있는 
다음 사람을 위해
손을 내밀었고
새 사제는
누가 내민 손인지 모른채 건네받은 손수건으로
그 사람이 이전 똑같이 흘렸었을 여정의 열매를
가만히 닦았습니다.
 
새 사제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를 한 다음
돌아와 기도합니다.
이제부터도 저 새 사제들의 눈물이 멈추지 않기를.
자신을 위해 
세상 곳곳의 아픈 이들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저날 내가 흘렸던 눈물을 내가 항상 기억하기를.
내 가는 길이 험해도
그 길을 가는 내 모습이 너무 자주 부끄럽고
너무 보기 싫더라도
그날 나의 눈물에 담겼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잊지말기를.
 
다음 서품식에는
저도 손수건을 챙겨가야겠습니다.
아니 다시 손수건을 항상 챙겨다녀야 겠습니다.
눈물 닦아 줄 이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손수건과 함께 산란했던 내 마음도
다시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