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낙서하기/맙소사인삶

[놀이터에서 낙서하기] 2023.11.17 이래 저래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3. 11. 20. 00:24

[놀이터에서 낙서하기]  
2023.11.17 이래 저래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



오늘은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이다.

“13,000”

화면에는 만 삼천원이라는 표시가 떴다. 나는 사람들이 제일 붐비던 지하 식품 코너에서 집어 온 삼결살 뭉치의 포장에 붙어 있는 테그를 다시 확인했다. 분명 26,000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만 육천원. 계산대에서 연신 바코드 리더기를 움직이고 있는 마트 직원에게 미안했지만 우리는 물어야 했다.

“저, 이거 이만 육천원 아닌가요?”

마트 직원은 그날 수없이 대답했었을 지도 모르는 말을 마치 처음 하는 것 처럼 우리에게 친절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아, 네 이거 50 퍼센트 할인하는 상품이예요.”

순간 나의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뛰는 가슴은 순식간에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는 코너 직원의 말을 믿지 않았던 나를 책망하며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 집었던 대로 세 개를 가져와야 했던 것이다.

나는 심장에게 맞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옆에 있던 학생수사님에게 천천히 말했다.

“오늘이 쓱데이의 첫 날이니 첫날부터 제품이 소진 되는 일은 없을 꺼예요. 내일 되면 또 분명히 가득 차 있을거예요.”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 물건들을 박스에 포장할 즈음에야 나는 내 심장이 뛰는 이유가 아쉬움만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 눈 앞 벽에 붙은 전단지는 아까 무심코 지나갔던 우리가 섭섭했던 듯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하겐다즈 1 + 1 , 브랜드 가격 상관 없는 봉지라면 전품목 3개 골라담아 9,900원, 한우 양념 불고기 600g 두개 이상 구매시 19,800원 !”

그랬다. 내 심장은 올해 쓱데이 행사가 말뿐이 아닌, 블랙 프라이데이의 정신에 충실한 행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심장은 아까부터 이미 새로운 희망으로 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마트를 떠났다.

정확히 6시간 후 우리는 다시 마트로 왔고, 몇달 치 장을 한 번에 봤고, 다시 마트 계산 대의 그 화면 앞에 섰다. 그리고 이제 내 심장은 무수한 1 + 1 의 화면 앞에서 다시 마구 뛰고 있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심장이 매우 피곤한 날이다.




#놀이터에서낙서하기 #맙소사인삶 #묵상글만쓰지말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