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59

20231114 연중 32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7-10 “평신도 주일, 평신도 만이 할 수 있는 선교”

2031114 연중 32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7-10 “평신도 주일, 평신도 만이 할 수 있는 선교” 몇일 전 아침기도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수련복을 휘날리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수련 2반 수사님이었습니다. 한 달 남짓의 외부 실습을 마치고 돌아온 것입니다. 반가웠습니다. 옛날 제가 실습하던 때 생각도 나서 아련했고, 또 잘 돌아와 줘서 고마웠습니다. “살이 찐건데요.” 기도 후 미사시작 때 ‘살이 좀 빠졌네요’라고 했다가 바로 수련 1반 수사님에게 응징 당했습니다. 형제들과 다 같이 웃으며, 속으로 이제 나도 안경을 써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뜬금 없지만 유쾌한 방어기제라 스스로 칭찬해 줍니다. 아침부터 속으로 바쁩니다. ... 미사를 끝내며 돌아온 수사..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오늘은 복음에는 정말 중요한 단어들이 나옵니다. 먼저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이 동사의 원형은 ἀφίημι (아피에미) 입니다. '멀리'라는 뜻의 apó 와 '보내다'라는 뜻의 hiēmi 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멀리 보내다, 놓아주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처럼 '용서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주님의 기도에도 나옵니다. ... 주님의 기도는 루카복음 11장과 마태복음 6장에 나옵니다. 두 기도문이 조금 다르지만 용서에 관한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이 때 용서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가 바로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주님의 기도 말미에 나오는 이 단어는 우리 신..

20231110 연중 31주 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6,1-8 “수라를 아시나요?”

20231110 연중 31주 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6,1-8 “수라를 아시나요?” ⠀ 어제 저는 학생 수사님들과 ‘수라’라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상영은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 남자 여자 수도자 장상연합회 JPIC 위원회 등이 함께 서울 피카디리에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상영은 주로 수도자들을 대상으로 초대했는데 약 100명 정도라는 예상을 넘어 150석이 모두 하루만에 매진 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저도 정평환 위원회 회의 때 참석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맘놓고 있다가 매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신청서를 써야 했습니다. ⠀ ... ⠀ 강화에서 출발해 김포에 차를 대고 지하철로 가는 길은 2시간 30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라고 투덜거리기엔 ..

20231104 연중 30주간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7-11 -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 -

- 끝자리에 끝까지 앉아 즐길 준비 - ⠀ 청년 시절에 몇일 동안의 청년피정이나 캠프 같은 곳에서 가끔 겪는 일이 있었습니다. ⠀ 마지막 날 파견미사 때 참석자 중 하나가 갑자기 정복이나 제의를 입고 나타나 ‘실은 제가 신학생이었습니다’ ‘실은 제가 신부였습니다.’ 라고 밝힙니다. 참석자들은 놀라 웃으며 열광합니다. 그 신학생 또는 사제는 그 순간 잠시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 됩니다. 어떤 때는 그게 대단해 보이기도 또 부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 … ⠀ 십 년의 양성기간 끝에 서품을 받은 그 해, 저도 처음 그런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저의 얼굴은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삼촌 같은 사람이 되었고, 저의 마음에는 더이상 그런 관심의 주인공 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

20231103 연중 30주간 금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6 “당당하게 관계 맺고 사는 방법”⠀

- 당당하게 관계 맺고 사는 방법 - ⠀ ⠀ 오랜만에 걷는 가을 추수가 끝난 논 어귀로 갈색 낙엽이 바람에 떨어져 날리고 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우두커니 나무가 되었다가 잎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낙엽이되었다가 다시 나무가 되기를 한참 했습니다. ⠀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매년 하는 전 사원 교육에 강사로 온 분들이 단골메뉴로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관계가 제일 힘드시죠?” 물론 저도 피정이나 면담을 동반해드리는 동안 자주 드리는 말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며 언제나 당당하게 살기 어렵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 문제는 이 관계의 어려움을 어떻게 만나나가야 할 것인가에 있고,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

20231031 연중 30주간 화요일 묵상강론 루카 13,18 - 21 “기다림은 만나기 위한 것 만은 아니예요”

- 기다림은 만나기 위함 만은 아니예요 - 정원에 심는 겨자씨, 밀가루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누룩.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를 설명하신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중에는 ‘기다림’도 있습니다. ... 핸드폰이 없던 시절. 집을 나서기만 하면 더는 약속을 취소할 수도, 좀 늦는다고 이야기할 수도, 다와간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늦은 사람은 애닯은 마음으로 뛰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서서 하염없었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렸냐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다림이라는 건 그 사람을 만나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거나, 집에 두고 온 야옹이를 생각한다거나..

20231021 연중 28주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2,8-12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

-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 - ⠀ 오늘 복음에서 10절의 말씀에 더 깊이 머물러 봤습니다. 10절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공부합니다. 평신도 분들은 성경 통독을 하기도 하고, 강론이나 강의를 듣고, 성경 공부모임에 들기도 합니다. 신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신학교에서 수업을 통해 공부하고 논문을 쓰며 연구합니다. ⠀ ... ⠀ 그건 초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치열했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믿고 있는 거의 모든 교의는 5차 공의회 이전에 거의 확립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이..

20221120 연중 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3,35 - 43 “두 죄인 중 나는 누구의

20221120 연중 34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묵상강론 루카 23,35 - 43 “두 죄인 중 나는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나?” 오늘은 연중 마지막 주간이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다해의 마지막 주간이자 길었던 연중 시기의 마지막 주간입니다. 가톨릭의 전례력으로는 이번 주가 한 해의 마지막 주간 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대림의 기다림 끝에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만났고, 예수님의 성장과 공생활의 여정을 함께 걸어왔으며, 수난의 시간과 죽음과 부활을 함께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승천 하신 후 성령의 인도로 성모님과 함께 연중 시기의 말씀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지난 한 해의 시간을 돌아보며 올해 마지막 해야 할 일..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야, 나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왜? 무슨 일 있었나?" "MBTI 같은 거 한 번도 안해봤는데 얼마 전에 해봤거든. 그런데 답을 하다가 '어, 옛날에는 이렇게 답 안했을 건데' 하면서 내가 옛날하고 다르게 답하는거라." "맞나?" 더 놀란 것은 저였죠. 삶에 대한 친구의 태도는 갓 스무살에도 명확해서 빛날 정도였고, 어제까지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금 자기도 조금 변한 것 같다는 겁니다. ... '사람이 변하나?' 질문이자 동시에 답이기도 한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양성 소임을 하고 있는 저에게 이 문제는 절체절명의 질문..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

⠀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능 아니면 유혹" ⠀ ⠀ 장거리 운전을 하다 어느샌가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저를 봅니다. 가을인가 보다 하고 슬쩍 웃습니다. 그러곤 '산다는 것도 이렇게 웃을 일이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 "나이가 들수록 근골이 약해지는 게 아니고,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 라고 노트에 툭 던지듯 적어 넣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삶이 의미 깊게 되는 것 같아 괜히 혼자 코를 한번 슬쩍 훔쳤습니다. ⠀ 이러고 있다니 오늘은 제 마음이 조금 한가로운가 봅니다. ⠀ ... ⠀ 어릴 때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