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3. 11. 12. 23:34

20231113 연중 32주 월요일 묵상강론 루카 17,1-6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사는 방법"

 

 

 

오늘은 복음에는 정말 중요한 단어들이 나옵니다. 

 

먼저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동사의 원형은 ἀφίημι (아피에미) 입니다. '멀리'라는 뜻의 apó '보내다'라는 뜻의 hiēmi 합쳐진 단어입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멀리 보내다, 놓아주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처럼 '용서하다' 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단어는 주님의 기도에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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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는 루카복음 11장과 마태복음 6장에 나옵니다. 두 기도문이 조금 다르지만 용서에 관한 내용은 거의 동일합니다. 이 때 용서라는 뜻으로 사용된 단어가 바로 ἄφες (아페스) 입니다. 주님의 기도 말미에 나오는 이 단어는 우리 신앙의 핵심 중에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용서해야 하고 또 용서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이 일은 한번에 끝나지 않는 일입니다. 마치 매일 먹는 밥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 중 '죄짓게 하는 일'이라는 단어에서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희랍어로 σκάνδαλα (스캔달라)입니다. σκάνδαλον(스캔달론)의 복수형 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σκάνδαλα (스캔달라), 즉 '남을 죄짓게 하는 일' 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정말 우리는 죄를 짓거나 남을 죄를 짓게하는 일이 일상인 삶을 사는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죄의 대가는 무겁습니다. 예수님은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걸고 물에 빠지는 것이 나을 정도라고까지 하십니다. 하지만 또한 예수님은 이어지는 3절과 4절을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죄가 일상인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십니다. 그 방법이 바로 ' ἄφες (아페스), 즉 '용서' 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마치 매일 밥을 먹듯이 죄를 짓거나 누군가가 죄를 짓게 하고, 동시에 누군가를 용서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용서 받으며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타인의 죄와 나의 죄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죄에 우리 마음을 둘수록 세상은 더 죄가 가득한 곳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마음을 용서에 두면 세상은 더 용서가 가득한 곳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이것을 절절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자기확증편향성이라는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여러분도 이미 이런 일을 체험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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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남는 의문과 걱정이 있습니다. 어떻게 매일 그렇게 용서하고 용서 받으며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불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저도 용서 하지 못하거나 용서 받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그러시다면 저처럼 바로 다음 절에서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5절과 6절은 πίστις(피스티스), 즉 '믿음'의 신비로운 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작은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런 죄와 용서의 반복되는 삶을 멈춤없이 힘있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 하십니다. 

 

저는 아주 작은  πίστις(피스티스), 즉 '믿음'이 저의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체험하고 있습니다. 다른 것을 볼 것 없이 저의 성소가 바로 그러합니다. 저의 서품이 바로 그러합니다. 믿음의 힘은 신비롭습니다. 아마 여러분의 삶에도 분명 곳곳에 이런 체험들이 있으시겠죠. 그래서 우리는 이미 믿음의 신비 안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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ἄφες (아페스), σκάνδαλα (스캔달라), 그리고 πίστις(피스티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 세 단어는 우리 그리스도인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대답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세 단어와 함께 조금 더 겸손한 마음과,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과, 조금 더 자신 있는 마음으로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보면 좋겠습니다.

 

묵상글을 재밌게 써야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재미가 더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