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31104 연중 30주간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7-11 -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3. 11. 2. 18:53

- 끝자리에 끝까지 앉아 즐길 준비 -


청년 시절에 몇일 동안의 청년피정이나 캠프 같은 곳에서 가끔 겪는 일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파견미사 때 참석자 중 하나가 갑자기 정복이나 제의를 입고 나타나 ‘실은 제가 신학생이었습니다’ ‘실은 제가 신부였습니다.’ 라고 밝힙니다. 참석자들은 놀라 웃으며 열광합니다. 그 신학생 또는 사제는 그 순간 잠시 주인공 중의 주인공이 됩니다. 어떤 때는 그게 대단해 보이기도 또 부럽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십 년의 양성기간 끝에 서품을 받은 그 해, 저도 처음 그런 상황을 겪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땐 저의 얼굴은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삼촌 같은 사람이 되었고, 저의 마음에는 더이상 그런 관심의 주인공 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후 였습니다. 시작부터 사제임을 밝히겠다고 했더니, 참가자들이 부담느낀다며 오히려 주최측이 만류해 왔습니다. 마지막 날 파견미사 때에 제대에 선 저를 보고 놀라는 청년들을 볼 때는 그저 쑥스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가 제가 스스로 조금 성장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고 한다면, 웃으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랬습니다. 그건 제가 자라는 동안 제게 결핍되었던 관심을 이제는 충분히 받았다는 의미이고, 그런 것에 연연해 하던 삶의 태도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간의 수도생활이 감사한 성장의 선물이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요.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오늘 초대한 자리에서 가면 끝자리에 앉으라는 복음말씀을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복음을 묵상하는 동안 제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긴 테이블을 따라 줄지어 사람들이 조르름이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일 끝자리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큰 제 얼굴에 그만큼 커다란 두 눈이 있었고, 저는 그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요? 제가 큰 눈으로 찾고 있던 것은 저를 윗자리로 안내할 잔치의 주인었습니다.

저래서야 끝자리에 앉은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언제건 주인이 오면 자리를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의자에 엉덩이를 제대로 대고 있었을 리가 있었겠으며,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릴 리 있었겠습니까? 끝자리는 그저 도구가 되어 있을 뿐이었고, 저는 자신에게나 주변에게나 또 무엇보다 끝자리에게 가혹하고 있었습니다.



수도자라는 신분으로 살다보면 이런 순간에 자주 처하게 됩니다. 지금은 끝자리에 앉는 것까진 눈치로라도 하게 되는데, 자주 제 마음은 끝자리에 엉덩이를 대지 못하고 있고 제 눈은 자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주인 손에 이끌려 첫자리로 가게 되면, 거기 가선 이미 거기 앉아 있던 사람들을 비난과 무시의 눈으로 보며 입을 닫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적어도 솔직했었는데 말이죠. 그런 때의 저는 어디 엉덩이를 편하게 붙일 곳이 없습니다. 주변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합니다. 더구나 첫자리를 참되게 즐길 줄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래서야 제가 애초에 끝자리에 앉는 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묵상하게 됩니다. 끝자리에 앉는 사람이 되도록 하려면, 끝자리에 걸맞는 마음도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리고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요.

그대,
삶의 잔치에서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가 되고 있습니까?



20231104 연중 30주간 토요일 묵상강론 루카 14,1.7-11 - 끝까지 끝자리에 앉아 즐길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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