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11. 13. 16:56




20221113 연중 33주일 묵상강론
루카 21,5-19 "무엇을 하는 것에서 무엇을 당하는 것으로"



"야, 나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왜? 무슨 일 있었나?"
"MBTI 같은 거 한 번도 안해봤는데 얼마 전에 해봤거든. 그런데 답을 하다가 '어, 옛날에는 이렇게 답 안했을 건데' 하면서 내가 옛날하고 다르게 답하는거라."
"맞나?"

더 놀란 것은 저였죠. 삶에 대한 친구의 태도는 갓 스무살에도 명확해서 빛날 정도였고, 어제까지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지금 자기도 조금 변한 것 같다는 겁니다.


...


'사람이 변하나?'

질문이자 동시에 답이기도 한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도원에서 양성 소임을 하고 있는 저에게 이 문제는 절체절명의 질문입니다. 실은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도 마찬가지로 무거운 질문입니다. 나는 변할 수 있을까?

오늘 복음에도 이런 변화적인 이미지들을 예수님께서는 많이 이야기 하십니다.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 vs 허물어짐
표징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vs 따라가지 마라
전쟁과 반란 소문 vs 무서워하지 마라
모욕과 박해 감옥 vs 변론을 미리 준비하지 마라
미움을 받을 것이다 vs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모든 것을 정리하며 주시는 지혜도 전환적인 것입니다.

'인내로 생명을 얻어라.'

생명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내하라고 하십니다. 이 인내란 어떤 것일까요?


...


오늘 로날드 롤하이저라는 작가의 책을 읽다가 이 변화라는 질문에 대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건 지금까지 저는 '무엇을 하다 이젠 다른 무엇을 하게되다'라는 변화에 대해 고민해왔다면, 오늘부터는 '무엇을 하다 이젠 무엇을 당하게 되다'라는 변화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오늘 저에게 다가온 이 놀라운 문제에 대해 하루 종일 마음을 두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능동에서 수동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변화는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중요한 전환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연설가요, 치유자요, 공감자요, 상담가며, 모험가요, 기적자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게세마니에서 전환을 맞습니다. 게세마니 이후에는 수동적으로 당하는 사람이 됩니다. 예수님은 잡혀 끌려다니고, 옷이 벗져지고, 침뱉음을 당하고, 십자가 짐을 당하며, 못 박힙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도 지금까지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중요하고도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더 깊은 차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초대하는 것은 무언가를 하는 예수님보다 무언가를 당하는 예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뜻하는 단어 passion의 원어 passio는 당하다라는 수동의 의미를 갖고있습니다. 게세마니에서 예수님은 이제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서 무언가를 당하는 사람으로 전환될 준비를 하셨습니다. 이것의 어려움은 '이 잔을 거두어 달라'는 예수님의 기도로 모자람 없이 알 수 있습니다.


...


저는 지금까지 저의 자신의 수도생활에서 또 다른 형제들의 양성에 대한 문제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변화는 성장과 같은 의미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서 이제는 더 지혜롭고 더 바람직한 것을 하는 상태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그려왔습니다. 이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오늘부터 저는 무언가 아직 알 수 없지만 제 인생에서 또 제 소임에서 중대한 또 다른 더 깊은 차원의 문제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껏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젠 무언가를 당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세마니에서 예수님처럼, 저도 많은 시련과 번민과 두려움 앞에 서게 될 것이지만, 또 예수님 처럼 잘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지금 무언가 알 수 없는 새로운 길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가 잘 변화할지는 모르지만, 사람의 변화는 역시 하느님께서 주관하신다는 것을 또다시 체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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