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11. 11. 17:37


2022년 11월 11일 연중 32주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묵상강론
루카 17,26 - 37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아는 재능 아니면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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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운전을 하다 어느샌가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빠져 있는 저를 봅니다. 가을인가 보다 하고 슬쩍 웃습니다. 그러곤 '산다는 것도 이렇게 웃을 일이면 좋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며

"나이가 들수록 근골이 약해지는 게 아니고,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이다."

라고 노트에 툭 던지듯 적어 넣었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뭔가 삶이 의미 깊게 되는 것 같아 괜히 혼자 코를 한번 슬쩍 훔쳤습니다.

이러고 있다니 오늘은 제 마음이 조금 한가로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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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제가 겪어야 했던 고약한 일 중 하나는 특기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누구도 저의 특기를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습니다. 어디다 그렇게 많이 적어야 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어릴적 저는 언제나 그 문항 앞에서 '특기가 없는 것이 특기다'라고 머리에 가득 찬 생각을 적을 용기도 못내고 그냥 쩔쩔매곤 하였습니다.

성인이 되면서는 재능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쩔쩔맴을 이 단어 앞에서도 겪게 됩니다. 그래도 '재능이 없는 것이 재능이다'라고 당당히 적을 정도가 되었으니 지금은 제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습니다.

나이를 조금 먹고보니 노력의 결과가 재능처럼 보이곤 하는 것들이 하나 둘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제가 되고 나니 가끔은 사랑과 격려의 마음으로 마치 제가 좋은 재능을 가진 것처럼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떤 때는 어릴적에 들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들고 사람들은 사제를 참 사랑해 주시는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렇게 스스로 경계하게 됩니다. "내가 나를 제대로 잘 보지 않으면 정말 내가 잘난 줄 알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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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지인분들께 이런 재능이 아닌 유혹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사제와 신자분들의 이야기를 몇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사제의 포장된 재능이라는 유혹과 거이에 모여들어 무대조명이 된 신자들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다시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나는 어떤가 돌아봅니다. '사람들이 나의 재능이라고 말하는 것을 - 저에게는 고된 노력의 결과이지만 -내가 사용하는 곳은 어떤 모습인가?' 왜냐하면 그곳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나의 재능인지 아니면 유혹인지 - 독수리가 모여드는 시체와 같은 -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다 결국 감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이 별로 없다는 것에 뜻밖의 감사를 드렸습니다. 뭔가 오늘은 이상한 묵상의 전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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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깊은 곳에 밝은 빛이 있는 것 처럼, 재능 깊은 곳에 유혹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재능인지 유혹인지 구분하는 것은 그 것 주위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가 하는 것이라는 것.

오늘 장거리 이동을 하며 '나는 내가 고되게 노력해 왔던 것들을 어떻게 누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가' 묵상 중에 살펴 봤습니다. 그리고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처음의 생각은, 나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마지막은 재능이 별로 없다는 것도 감사할 일일 수 있구나 하는 감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은 참 말이 안되는 진행의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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