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루카복음

2025032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 강론 루카 11,14-23 [엄마는 이 새벽에 얼큰한 육개장이 괜찮으셨던 걸까?]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5. 3. 27. 23:10


[엄마는 이 새벽에 얼큰한 육개장이 괜찮으셨던 걸까?]
20250327 사순 3주 목요일 묵상 강론 루카 11,14-23




오랫동안 병원에 계신 신부님의 목에 삽입된 관을 교체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보호자가 필요한 일이라 오늘 새벽 인천의 큰 병원으로 왔습니다. 병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길로 나왔습니다. 전화를 해 보니 신부님을 태운 응급차는 계시는 병원에서 아직 출발 전이라고 합니다. 병원 근처 밥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모자로 보이는 두 분이 들어왔습니다. 이 이른 아침에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병원에 오는 건 어떤 사연일까 궁금했습니다. 제 음식이 나오고 제가 몇 술 뜨는 동안 어머니는 내장탕을 주문하셨습니다. 잠시 후 아들이 육개장을 두 그릇 주문했습니다. 이 아침에 두 그릇이라니 아들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참 대식가인가 보다 하고 희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보이는 엄마와 아들의 테이블에는 거의 빈 육개장 두 그릇만 있었습니다. 음? 내장탕은 취소하신 건가? 그때 아까 주문할 때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왜 아침부터 육개장이고?” 아들은 대답했었습니다. “오늘 왠지 얼큰한 게 땡기네.” 아마 엄마는 아들을 따라 내장탕을 취소하고 육개장을 시켰던 모양입니다. 문을 나서며 문득 어머니는 이 새벽에 얼큰한 육개장이 괜찮으셨던 걸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아들을 따라 내장탕을 육개장으로 바꾸어 주문한 어머니의 마음이 괜히 궁금해졌습니다.

병원 앞 거리는 아까보다 조금더 밝아져 있었고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과 차로 한층 채워져 있었습니다. 가게를 나서며 이 아침 아픈 분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시기를, 아픈 몸들이 얼른 낫게 해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 병원을 함께 찾아온 아까 식당의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귀를 쫓아낸 예수님의 권능 중심에는 예수님께서 성모님께로부터 평생 받아 온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오늘 아침 우리 모두 위로 어머니의 사랑이 한소끔 뿌려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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