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

20220226 연중 7주 토요일 묵상강론 마르 10,13-16 "성장과 자유로움 사이"

20220226 연중 7주 토요일 마르 10,13-16 "성장과 자유로움 사이" 제가 중고로 샀던 노트북 모델에 키보드에 문제가 있을 때는 무상으로 교체해준다는 기사를 처음 본 것은 1년 전 쯤이었습니다. 딱히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괜히 속으로 '아깝다 새 판으로 교체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사용하는 이어폰도 무상교체 대상이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얼마 후 그 문제 증상이 제 이어폰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새 제품으로 바꾸게 되어 좋은 기분에 혹시나 하고 노트북도 함께 가져갔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친절한 직원 분의 너그러운 판단으로 노트북도 무상교체 대상으로 인정받게 되었을 뿐더라 상판 키보드 배터리까지 모두 무상교체 대상이라는..

20220221 연중 7주 월요일 마르 9,14-29 "세상과의 논쟁에서 필요한 것은?"

20220221 연중 7주 월요일 마르 9,14-29 "세상과의 논쟁에서 필요한 것은?" ⠀ ⠀ 오늘 복음의 첫 장면은 오늘 우리가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일입니다.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보면 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세상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늘고 있습니다. 보다 근본적이고 오래된 문제인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선을 제 안으로 돌려보면 수도자로서의 믿음과 자격에 대한 의문과 수시로 찾아오는 신의 부재경험 안에서 고민하는 자신도 보입니다. 이길 수 없는 전쟁같습니다. ⠀ ... ⠀ 그런데 묵상 중에 이런 논쟁에서의 승리는 세상에서 기대하는 승리라는 것을 보게됩니다. 복음 후반부에 나오는 마귀를 쫓아내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바라셨던..

20220219 연중 6주 토요일 마르 9,2 - 13 “ 거룩함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20220219 연중 6주 토요일 마르 9,2 - 13 “ 거룩함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처음 신학교에서 부활절 미사를 드렸던 때의 기억은 저에게 엄청난 흥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전례를 함께 하며 장엄하다 또는 거룩하다 라는 표현들이 그제야 제 안에 살아서 자리 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거룩함이라는 단어는 우리 가톨릭 신앙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거룩함이란 우리가 초월적인 존재 앞에 설 때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드럼이나 일렉기타와 함께 흥겨움 속에 진행되는 미사에서도, 중간 중간 그리고 특별히 성찬례의 절정에서 멈추고 침묵 가운데 거룩함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거룩함의 순간을 맞을 때 해야 할 중요한..

20220203 연중 4주 목요일 묵상강론 마르 6,7-13 " 기도와 영적여정은 개인을 넘어"

20220203 연중 4주 목요일 묵상강론 마르 6,7-13 " 기도와 영적여정은 개인을 넘어" 기도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겠다고 많이 물어보십니다. 그런 때면 여러 방법들이나 기도의 의미를 안내해 드리기도 하고 질문하신 분의 고유한 모습에 어울리는 기도를 추천해 드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말고, 나의 기도를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묵상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매우 개인적이고 우리 자신의 삶의 한 가운데로부터 오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기도는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표현이므로 공동체의 지지와 보호를 통해 더 깊어지고 더 풍성해 져야 합니다. 기도는 가장 큰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에 기도는 개인적인 영역에 머..

20220121 연중 2주 금요일 묵상강론 마르 3,13-19 "관계 안에서의 행동"

20220121 연중 2주 금요일 묵상강론 마르 3,13-19 "관계 안에서의 행동"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가까이 두고 많은 권한을 주며 함께 지내실 열 두 제자들을 뽑으시는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그 때 그 때 나의 상태에 따라 여러 다른 구절들을 중심으로 묵상하게 됩니다. 막 뭔가 시작하는 신입사원의 호기로움을 묵상하게 되기도 하고, 뽑히지 못한 이들의 서운함을 묵상하게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골라서 뽑아야 하는 어려움을 묵상하게 되기도 하고, 뽑혔다는 데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묵상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더 들어오시는지요. 그것이 지금 내가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들입니다. 오늘 저는 저의 관계 안에서 행동에 대해 묵상하며 성찰하..

20220113 연중 1주 목요일 마르 1,40 - 45 "순례의 길"

⠀ 20220113 연중 1주 목요일 마르 1,40 - 45 "순례의 길" ⠀ ⠀ 얼마 전 우리는 오늘과 같은 복음에 대한 강론에서 우리는 병에 걸려 육체적으로 또한 사회적으로 얻게된 제약 때문에 고통 속에 있던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자 육체의 병이 주던 신체적 제약에서도 해방되고, 공동체로부터 격리 되었던 사회적 제약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는 내용을 함께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행여 오늘 우리가 자신을 자격이 없는 사람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자고 했습니다. 우리가 부족할 수록, 반복되는 죄에 넘어질 수록 더 하느님께 가까이 가서 도움을 청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 반드시 내적 외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변화..

202220111 연중제 1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마르 1,21 -28 "문설주 신앙"

⠀ 202220111 연중제 1주간 화요일 복음묵상 마르 1,21 -28 "문설주 신앙" ⠀ 우리는 신앙을 갖고 있지 않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그래서 하느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만나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아마 여러분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있겠지요? 아마 성당에 잘 나가다가 더는 나가지 않는 분들도 주변에 많으실겁니다. 우리는 이들과 어떻게 만나 나가야할까요?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밝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열린 문의 기둥 옆에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옆으로 문 안에서 비추어 나오는 빛이 빛나고 있고, 그 사람 주변에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둘러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반대편 기둥에도 한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

2022010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마르 6,45 - 52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 하지 마라"

2022010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마르 6,45 - 52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 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기적와 은총을 경험하며 살면서도, 머지 않아 다시 찾아오는 폭풍과 두려움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입니다. 이것은 아침에 해가 뜬다거나, 구름이 몰리다 비가 내린다거나 하는 것과 같이 우리 삶에서 지극히 당연한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매우 극적인 장면으로 이 사실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제자들은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체험하고 얼마되지 않았는데 다시 예수님의 부재를 겪게 됩니다. 호수에서 폭풍을 만나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자신들을 구하러 호수 위를 걸어 오시는 예수님을 유령으로 잘못 보고 오히려 공포 속에 두려워하기 조차 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저는 오늘..

2022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6,34-44 " 익숙함을 벗은 자리"

⠀ 2022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강론 마르 6,34-44 " 익숙함을 벗은 자리" ⠀ "아니 넌 뭘 그렇게 계속 찍어대니?" ⠀ 옆에 계신 신부님의 핀잔이 또 시작됩니다. 요즘 잠시 다른 신부님의 사도직을 대신 하기 위해 낯선 곳에 와 있습니다. 처음 와 본 곳이라 생소한 풍경들이며, 처음 만나는 분들이며,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소식을 전해드릴 겸, 또 저의 디지털 일기장에 하루를 기록해 둘 겸, 이런 저런 사진을 찍어두는 일이 지난 몇일 간 부쩍 많아졌습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은 그런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시기도 하고 웃으시며 한 말씀 하시기도 합니다. ⠀ ⠀ 같은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도 그곳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풍경이 ..

20211107 연중 32주 주일 묵상강론 마르코 12,38 - 44『 회사를 그만둔다고 마음먹으니 』

20211107 연중 32주 주일 묵상강론 마르코 12,38 - 44 『 회사를 그만둔다고 마음먹으니 』 신학원에서 제가 동반하고 있는 수도회 부제님의 사제서품이 허가되었다는 공문이 얼마 전 로마에 있는 수도회 총원으로부터 왔습니다. 내년 1월에 이곳 강화도 수도회 성당에서 있게 될 서품식 일정과 집전해 주실 주교님도 오늘 결정 되었습니다. 곧 이 부제님도 10년이 다 되는 양성기를 마치고 이곳 신학원을 떠나게 됩니다. 오늘은 아침 일찍 저랑 둘이 미사를 드렸습니다. 매년 이맘 때는 신학교 부제반 성지순례가 있는데 코로노 때문에 올해는 제주도 졸업여행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출발하는 날이었고 출발 집합이 이른 시간이어서 따로 아침에 둘이서만 미사를 드리게 되었던 겁니다. 긴 시간을 마무리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