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30208 연중 5주 수요일 묵상강론 마르 7,14-23 "이별을 만나는 그리스도인의 방법"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3. 2. 8. 15:05

 

 


매월 한 번 한 수녀원의 노인 요양시설에 미사드리러 가고 있습니다.어제 그곳의 외국 수녀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수녀님께서 전화기 너머에서 서툰 한국어로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내일 미사 후에 어르신들에게 인사해주세요. 내일이 신부님과 함께 미사하는 마지막 날이예요."

수녀님들이 노인 요양시설을 그만둘 것이며 어르신들은 여러 다른 곳으로 옮겨 가실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내일이 어르신들과의 마지막 미사라는 말은 갑작스러웠습니다.

오늘 아침 수녀원 경당에는 예상했던 대로무거운 안개 처럼 어르신들과 수녀님들 모두가 가진 오랜 세월의 아쉬움과 슬픔이 깔려 있었습니다. 어제 통화 후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강론을 해야 하나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수녀원으로 운전해 오는 동안 들었던 "the Pssion and the Cross(열정과 십자가)"라는 오디오 북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 나왔습니다.


...


몇년 전 방영되었던 "30대" 라는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의 이야기였습니다.남자 친구들끼리 어느 호텔에서 '남자만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그 파티를 도와주던 호텔의 젊은 여성 메니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둘은 음식 주문이며 음악선곡이며 여러 일들을 계속 상의했고, 파티가 계속되고 밤이 깊어 갈수록 서로의 친밀감은 깊어졌습니다.

둘은 일 이야기만 했고 상대방에게 느끼는 호감에 대해서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서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은 계속 함께 할 핑계를 만들었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어떤 특별한 연결감을 서로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파티의 끝이 다가왔고 서로 헤어져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남성이 오늘 덕분에 파티가 즐거웠다고 마지막 감사인사를 하자, 여성이 위험을 무릎쓰고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당신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았어요. 우리 언제 또 한 번 만날까요?'

그러자 남성은 더 솔직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결혼반지를 미안한 마음으로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피를 흘리며" 말했습니다. 어쩌면 요즘 세상에 아주 적은 수의 사람만이 꺼낼 수있는 솔직함과 용기로. '미안해요. 저는 결혼 했어요. 집에 있는 부인에게 가야해요.'

저자의 아버지는 이야기하곤 했다고 합니다. '때때로 피를 흘리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약속을 지킬 수 없단다. 결혼이든, 사제직이든, 또 어느 것에서도. 그건 신실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것이지.'

저자는 바로 그것이 예수님이 십자가로 가시기 전에 느낀 고뇌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는 바로 그 신실함, 우리를 향한 사랑을 위해, 예수님께서 치러야 했던 대가였습니다. 교회에서건,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신실하기 또 사랑하기는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신실함의 고독', '사랑의 고독', '의무의 고독', '책임감의 고독', 그리고 '삶을 잃을 것같은 고독' 같은 것들입니다. 치러내기가 참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


우리 삶에는 이별과 새로운 만남이 끊임 없습니다. 그리고 이별이라는 것은 항상 새로운 만남 안에서도 우리에게 상실감, 그리움, 서글픔,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이나 고독감 같은 것들을 줍니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별과 관련된 그런 감정들을 슬픔 안에서만 만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런 감정들 속에서 십자가에 오르기 전 예수님의 마음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 안에서 우리는 우리를 향한 신실함과 사랑 안에서 예수님께서 게세마니에서 어떤 상태셨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그런 슬픈 감정을 하느님과 또 새로 만나는 사람들을 향한 신실함과 사랑으로 승화하게 됩니다. 우리는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우리를 더럽힐 수 있는 우리 안의 것들도 분명히 더 적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내용의 강론이 오늘 아침 어르신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있었습니다. 영성체 후 마지막 드렸던 안수의 정성과 또 수녀원을 나설 때 한 분 한 분 맞잡았던 손의 따뜻함이 그 승화의 분명한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정성과 따뜻함을 오늘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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