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9. 11. 16:05

20220829 연중 22주간 요한세례자 수난기념일 

마르 6,17-27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는…”


몇년 전 저희 수도회 그룹홈 시설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반가운 초등학교 아이들 6명과 재미와 고난이 한데 섞인 하루를 보냈습니다. 밤이 되어 피곤함 속에 침대에 몸을 막 뉘인 때였습니다. 오랜 만에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오빠 내 위로 좀 해도.
- 왜 무슨 일 있나?
- 내 진급 떨어졌다. 말할 사람이 없는데 오빠 니가 생각나서 전화했다. 위로 좀 해도.
- 니 회사에서 일 잘하고 사랑받잖아. 그런데 왜 떨어졌노?
- 그러니까.





한참 위로와 성토의 말이 점점 더 죽어가는 목소리로 오가는 중에 갑자기 꼬마 한 명이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제게만은 해리포터를 반쯤 닮아 보이는 녀석이었습니다. 꼬마는 반쯤 잠이 든 눈으로 제 무릎팍을 배고 엎드렸습니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잠결에 있는 꼬마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 XX야, 지금 수사님 후배가 힘들어 하고 있는데 니가 힘내라고 좀 얘기해줘.
- 네… 힘내세요.

잠에 취한 이 꼬마의 말에 돌아온 것은 수화기 너머로도 들리는 거짓말 같이 밝게 변한 후배의 목소리였습니다.

- 안!녕!알았어~ 누나 힘낼께!!! 넌 이름이 뭐니??

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리 하는지 꼬마녀석이 전화기에서 도통 입을 떼지 않는 통에, ‘이모지’ 라는 말은 목구멍 부근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결국 소멸했습니다.






급기야 후배는 그 밤에 집에서 커피를 내려서는 30분이나 걸리는 길을 운전해 왔습니다. 시설 앞 골목에서 한참 울분을 토하고 나서야 이제 좀 힘이 난다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봉투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 뭔데?
- 아까 그 꼬마하고 약속했다. 내 통닭사주기로.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목숨을 잃는 요한 세례자를 만납니다. 그는 일찍이 예수님에 대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계시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이라고 했었습니다. 이 요한 세례자의 삶을 생각하면 저는 자주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가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리기도 한다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소리는 처음 듣는 어떤 아이의 졸린 목소리를 통해 들리기도 합니다. 그 소리는 그렇게 우리 삶 속의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 오빠 내 이제 괜찮다. XX 한테 고맙다고 전해도. 통닭 잘 먹으라고 하고. 내 간데이.
 
알아들은 자의 기쁨이 자주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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