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9 연중 6주 토요일
마르 9,2 - 13 “ 거룩함은 무엇을 위해 있는가?”
처음 신학교에서 부활절 미사를 드렸던 때의 기억은 저에게 엄청난 흥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전례를 함께 하며 장엄하다 또는 거룩하다 라는 표현들이 그제야 제 안에 살아서 자리 잡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거룩함이라는 단어는 우리 가톨릭 신앙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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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함이란 우리가 초월적인 존재 앞에 설 때 느끼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드럼이나 일렉기타와 함께 흥겨움 속에 진행되는 미사에서도, 중간 중간 그리고 특별히 성찬례의 절정에서 멈추고 침묵 가운데 거룩함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거룩함의 순간을 맞을 때 해야 할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가톨릭 신앙에서 거룩함은 바로 그것을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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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을 따라 산에 올랐다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봅니다. 게다가 구약의 대표적인 인물인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 그 놀라운 빛 속에서 예수님과 이야기까지 나누는 장면도 목격합니다. 이 눈부시고 놀라운 장면 앞에서 세 제자들이 느낀 것은 거룩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압도되면 우리가 보통 그러듯, 베드로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른고 겁에 질린 채 나오는 대로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반전이 일어납니다. 이 압도적인 거룩함을 바라보던 그들의 눈을 구름이 덮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 구절에서 복음은 우리에게 우리 가톨릭 신앙 안에서 거룩함이 있는 이유와, 그 거룩함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려줍니다.
바로 “듣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눈을 가렸던 구름과 보이지 않는 소리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그들 눈 앞에 남아있던 것은 평소와 다름 없는 예수님이었습니다. 거룩함이 지나간 자리에 서 계신 예수님은 이전과 다름 없는 존재였지만, 아마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더이상 이전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 없이 그들은 이전보다 더 예수님을 잘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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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신학교의 장엄한 미사가 아니라 수도원 양성소에서의 조촐한 미사에서도 거룩함 앞에 설 줄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거기에 덧붙여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매일 미사의 거룩함 앞에 설 때 그것에 압도되어 도취되어 있을 것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도 이 거룩한 변모의 거룩함을 매일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미사에서의 성찬례에서요. 우리가 참례한 미사가 끝나고 그 거룩함이 지나간 자리에 우리 눈 앞에 남아 있는 것은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일상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거룩함을 겪은 우리는 그 일상에서 이전 보다 더 잘 듣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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