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마르코복음

20240512 주님승천대축일 묵상강론 마르 16,15-20 [ 헤어진 후 생기는 두 공간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5. 12. 19:37

 

 

누군가와 헤어지면 우리에게는 두 가지 공간이 새롭게 생깁니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공간은 더 크고 더 특별합니다. 그 공간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우리는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에 의해 변화합니다. 성장하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합니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헤어짐도 그렇고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며 하는 헤어짐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번째 공간은 내 안에 있던 그 사람의 자리입니다. 누군가와 헤어지면 내가 의지하거나 내가 의지가 되어 나를 나누어 주었던 그 공간이 비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여러 감정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며 뜻밖의 사람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두 번째 공간은 헤어진 그 사람과 내가 멀어지면서 생기는 둘 사이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 안에서도 여러 감정, 새로운 생각, 뜻밖의 사람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과의 만남을 겪어가는 동안 우리는 변화하게 됩니다.

 

예전에 매우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헤어지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항상 같이 있던 친구와 헤어진 후 제 마음 한 구석은 뻥 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새롭게 생긴 공간은 그 친구가 제 마음에서 자리하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외로움과 상실감과 두려움과 섭섭함 같은 감정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 때문에 저는 주말에 혼자 집에 있는 법을 배웠고, 혼자 술을 마시는 법을 배웠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공간 덕분에 저는 조금 더 혼자 설 수 있는 단단한 존재가 되었고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더 잘 공감하고 이해하며 함께 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헤어진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친구가 있는 곳과 나의 거리만큼 저에게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습니다. 그 친구가 있는 곳과 나 사이의 세상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진부함과 피곤함 같은 감정을 만났고,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은 곳 그러나 그런 아픔을 갖고 사는 사람들로 채워진 곳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으며, 아픔과 외로움 속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잘 보였습니다. 

 

여러분도 분명 이런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의 승천을 제일 먼저 경험한 사도들도 그랬을 겁니다. 그럼 이 사도들에게는 어떤 공간들이 생겼고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떻게 사도들을 바꾸었는지 한 번 함께 살펴봅시다. 

 

이들은 예수님과 두 번의 헤어짐을 경험합니다. 한 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다른 한 번은 바로 이 승천 때입니다. 예수님이 죽음으로 건너간 첫 번째 헤어짐은 사도들 마음 안에 엄청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려움, 절망, 의구심 등이 일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처지의 서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과 죽음 속의 예수님 사이에 드러 다는 사람들은 박해자들과 돌아서 떠나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운을 잃고 두려움 안에서 다락방에 숨어들었습니다.

예수님이 하늘나라로 올라가시며 맞이한 두 번째 헤어짐은 더 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이 공간에서 사도들은 기쁨과 희망과 설레임과 용기를 만나고,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얻었으며, 어제와 달라진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이 있는 지상의 세상과 예수님이 계신 하늘 사이의 공간에서 책임감과 열망을 만났고, 복음선포와 이방인에 대한 열린 생각들을 굳혀갔으며, 새로운 세상에서 박해자와 복음을 전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두 번의 헤어짐에서 생긴 공간들은 이렇게 사도들을 변화시켜 갔습니다.

 

오늘까지 살아오는 동안 여러분은 어떤 헤어짐을 했고 또 그 헤어짐이 만든 공간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요? 여러분의 공간들이 궁금합니다. 그 공간들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더 망가진 때도 있었을 것이고 또 더 성장한 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화들은 결국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이라는 것은 꼭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안과 밖의 그 공간은 내가 비워지며 드디어 하느님께서 활동하시게 하는 곳이라는 것도 생각해 두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부활과 승천의 이어진 의미라고 오늘 복음과 함께 묵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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