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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부활6주 화요일 묵상 - 그대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어디인가요?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5. 19. 20:39

 

한국에는 4계절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여러분은 어느 계절이 한 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봄이라고 의심 없이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4계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나 하는 글을 읽기 전까지는요. 저자에 따르면 그들은 겨울이 한 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겨울에는 동지, 낮의 길이가 계속 짧아진 끝에 드디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는 여전히 봄을 한해의 첫 계절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계절에 있든 나는 봄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봄은 저에게 출발점이자 종착점입니다.

 

삶에서 우리는 많은 장소나 사람들이나 기억들이 우리에게 출발점이자 동시에 종착점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더 면밀히 살펴보면 세상 모든것이 다 그렇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적인 여정 또한 그러합니다. 우리 모두 잘 알듯이 우리 영적인 여정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바로 하느님 입니다. 오늘 복음의 첫 문장은 우리에게 이것을 예수님의 말씀으로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영적 여정의 길은 "돌아감"입니다.

 

현실의 삶에서 우리는 "돌아감"을 많은 다양한 길로 경험합니다. 우리 각자는 영적 여정의 길에서 자신만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경험해 갑니다. 여러분의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어디서 출발했나요?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이 질문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질문입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했고,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는 지 궁금해하기 보다 그들 앞날 만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지금 물어보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는지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른 말로, 나는 지금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지. 또 다른 말로, 나는 지금 돌아가고 있는지 내가 온 곳 하느님께로. 

 

우리 수도회에서는 서품을 받은 다음 첫 주일에 자신의 출신 본당에서 첫 미사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저도 서품을 받고 첫미사를 위해 제 출신 본당으로 갔습니다. 미사 전 날 밤 잠들기 전 성전으로 가서 감실 앞에 앉아 홀로 어둠 속에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각이 미쳤습니다. 바로 그 자리가 감실 앞에 10년 전 앉아 회사를 그만두고 수도회에 가기로 결심했던 그 자리였다는 것을. 그리고 기도 중에 지난 10년 동안 제 삶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 내가 다시 하느님 앞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하느님과 함께 있는 그 곳이 나의 수도생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를 계속해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더러 예수님께 "오늘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물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영적 여정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우리가 출발점이자 종착점인 우리를 보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지." 물으라고 합니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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