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10407 부활 팔부 수요일 묵상 - 성소식별과 신앙의 여정 걷기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4. 9. 18:21

 

"한 번이라도 수도복이나 수단이나 제의를 입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일단은 성소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작년까지 성소담당 소임을 하는 동안 청년들에게 소개 해 준 두 가지 식별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 정도 기준이라면 누구나 다 성소가 있는 거냐고 물어볼 법도 합니다.

 

수도원과 신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어느 신부님은 계란을 먹고 싶어서, 어느 신부님은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서, 또 어느 신부님은 수단이 멋있어 보여서 들어왔다는 다양한 성소의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저의 경험까지 더해서 생각해보면, 하느님은 정말 생각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방법으로 부르신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성소는 사제나 수도자로서 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성소와 그에 대한 응답을 시작으로 우리는 세례나 첫 영성체를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신심생활이나 신앙공동체에 들기도 하고, 또 신학교를 가거나 수도회를 찾아 가기도 합니다. 성소와 그에 대한 응답에 대한 체험은 우리 신앙생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우리가 긴 신앙의 여정을 계속 걸어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사 내가 수도복을 입는다던가, 나의 강론으로 누군가가 큰 도움을 받았다던가,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던가, 이렇게 내가 성소에 응답할 때 기대했던 것들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특히 기대가 채워지는 달콤한 열매들에 내가 빠져 살게 되는 때는 더 큰 위험이 따르게 됩니다. 긴 신앙의 여정을 계속 가기위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의 신앙의 뼈대를 세우는 일입니다.


 

신앙의 여정을 잘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신앙의 뼈대를 세우는 일이라는 걸 계속 해 체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집을 사러 다니는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가 겸 강사인 데이비드 하워드가 쓴 『 시나리오 마스터』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은 스토리를 어떻게 엮을 것인가로 요약된다’고 말하는 것은 건축이란 빌딩의 철골 구조를 조립하고 용접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분명히 금속 뼈대는 중요하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큰 빌딩은 무너질 것이다. 정작 빌딩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구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구조가 눈에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뼈대가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일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보통 집을 사거나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건물의 디자인이나 생활의 편의성에 더 많은 관심을 둡니다. 그 건축물의 설계도나 뼈대에는 사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건물의 뼈대에 문제가 있다면, 언젠간 준비하지 못한 심각한 위험을 맞게 됩니다.

 

오늘 묵상에서 이 글을 저의 신앙생활에 빗대어 볼 수 있었습니다. 수도자의 좋은 이미지나, 새로운 신심이나 영성의 드러나는 모습들, 또는 나를 기쁘게 하는 신앙의 열매들에 만족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일은, 마치 디자인과 편의성만 꾸미고 뼈대가 부실한 건물을 짖고 거기에 사는 것과 같다는 걸 보게 됩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소중한 우리의 성소도 우리 그만 건물의 디자인 역할 만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뼈대를 세우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는 오늘 복음을 통해 잘 볼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따르기 시작했던 제자들이었지만,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지내는 동안에도 예수님의 말씀들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맞이한 후에야, 엠마오 마을로 길을 가던 중에 길 예수님을 만나 그분의 말씀을 깨우치고, 또 나중에 식탁에서 빵을 떼어 주실 때 그분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야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주님의 부활을 선포합니다.

 

이 모습이 묵상 중에 저에게는 마치 건물의 디자인이나 편의성에서 건물의 뼈대로 눈을 돌리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성소와 그 응답으로 시작해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분을 잘 모르는 우리는 그 길을 걷는 중에 주님을 만나 나가며 점점 더 깊이 그분을 알아가게 됩니다. 우리 신앙의 뼈대는 그렇게 신앙의 여정을 걸어가는 동안 만나는 예수님에 의해 세워집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는 다시 엠마오로부터 예루살렘을 향해 우리의 눈길과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신앙의 뼈대가 세워지는 때에 대해 이렇게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그리고 이것은 제가 청년들에게 성소를 식별하도록 돕는 나머지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번이라도 믿음이나 말씀으로 내 마음이 뜨거워졌던 적이 있나요?"

 

부활시기는 이렇게 우리가 가는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기입니다. 부활절을 지낸 우리에겐 이제 그 일만 남았습니다. 예수님을 자주 만나 가슴 뜨거워지는 일이 많은 부활시기 보내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제 가슴도 자주 뜨거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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