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2210508 부활 5주 토요일 묵상 - 사랑은 갈라섬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5. 9. 20:39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세상을 둘로 갈라내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은 인간이라는 공동체를 둘로 갈라 내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무리가 나머지 다른 하나의 무리를 괴롭히고 박해할 것이라고 예언하십니다. 또한 그 갈라짐과 미움과 박해가 일어나는 이유가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예수님 당신 자신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사랑과 일치와 평화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우리 가톨릭 교회의 시작은 이렇게 역설적이게도 바로 갈라섬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갈라섬은 세상과 세상 갈라섬인 뿐만이 아닌 나와 나의 갈라섬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상과 세상이 갈라서고, 나와 내가 갈라서지 않으면 참된 사랑과 평화와 일치는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지금 갖고 계신 사랑의 개념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 온 것인가요?

 

지금 제가 가진 사랑의 개념에 영향을 것은 사실 성경이 아닌, 예전 일반 대학교 다니던 시절 1학년 만난 곡의 노래였습니다.

 

대학교에 들어 해는 전의 어느 해보다 삶에 변화를 준 해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새로운 것들을 만날 수 있었던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이상이라는 것이 주는 달콤함이 현실이 주는 씁쓸함 보다 아직은 훨씬 컸던 때었습니다. 댄스 동아리에서 MC 햄머와 서태지의 뮤직비디오의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되감아가며 연습할 때에도, 그와는 전혀 다른 세상인 가톨릭 학생회 집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번도 가지 않던 도서관에서 빌린 전태일 평전을 읽을 때도, 이런 저런 세상은 저에게 아름다울 있는 곳이었고, 아름다워져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절 저는 그 다양한 세상을 함께 아름답게 만들 수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습니다. 때의 저에게 사랑은 더 이상 고등학교 때까지 알고 있던 달콤함과 설레임이 있는 그런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사랑은 저에게 절실한 것이고, 아픈 것이고, 격렬한 분노였습니다.


 

시절의 제게 그런 사랑의 개념을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줬던 노래는 박노해 선생님의사랑이라는 시에서 가사를 것입니다. 그 사랑이라는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랑은 슬픔, 가슴 미어지는 비애

사랑은 분노, 철저한 증오

사랑은 통곡, 피투성이의 몸부림
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

사랑은 고통, 참혹한 고통

사랑은 실천, 구체적인 실천
사랑은 노동, 지루하고 괴로운 노동자의

사랑은 자기를 해체하는 , 

우리가 되어 역사 속에 녹아들어 소생하는

 

이 시의 어느 구절 저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특히사랑은 갈라섬, 일치를 향한 확연한 갈라섬이라는 구절은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저의 마음을 온통 차지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시절 이상을 꿈꾸며 가톨릭 학생회 선후배 동기님들과 함께 부조리한 세상에 괴로워하며 분노하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수도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성경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을 만날 때면 언제나 제게는  사랑이라는 노래와 그 시절 꿈꾸던 이상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갈라섬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수도생활을 하면서 지금 저는 세상과의 갈라섬 이외에 하나의 중요한 갈라섬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저와 저 자신의 갈라섬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위해 해야 일도 많지만, 자신을 위해 해야 일도 많다는 것을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사랑은 물론 진정한 일치와 평화 같은 것들도 사실은 철저한 갈라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노래 가사의 구절들도 곱씹어 봅니다. 그 진정한 사랑을 위한 그 갈라섬 앞에서 사랑은 슬픔일 수도, 비애일 수도, 분노 또는 증오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마침내 사랑은 나를 해체하고 우리로서 함께 서게 한다는 것을. 그렇게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로서 역사에 녹아 들어야 참으로 소생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내가 지금 꿈꾸는 지금 여기에서의 부활의 삶이라는 것 묵상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와 일치는 세상이 말하는 사랑과 평화와 일치와 같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와 일치는 세상이의 그것과 갈라섬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에게 뽑혔고 세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미움을 당하고 박해받을 것이라고. 오늘  갈라섬 안에서 시작하는 참된 사랑과 일치와 평화에 대해 묵상하는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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