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10421 부활 3주 수요일 묵상 - 나에게 생명의 빵은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4. 22. 21:11

 

 

 

한동안 목이며 등과 허리가 좋지 않아 끙끙거렸습니다. 그러다 상태가 조금 좋아져서 지난 몇 일 동안 신학원 둘레의 화단에 전지작업을 하고, 주변의 풀을 뽑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늘 계속해서 '오늘 나에게 생명의 빵은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생명의 빵으로 삼고 살고 있는지' 생명의 빵에 대해 묵상하고 성찰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아가다, 눈 앞에 어제 뽑았다가 치우지 않고 둔 풀들이 몇 보였습니다.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풀들은 참 초라하게 말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로 옆에는 하루 만에 성큼 자라난 풀들이 서 있었습니다.

 

하나는 바싹 말라 늘어져 있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 뽑아야 하는 제 입장에선 너무나 얄밉게도 싱싱하게 서 있었습니다. 마침 생명의 빵을 계속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 '아, 이 풀들에게 생명의 빵은 뿌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우리 사람에게 뿌리는 사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곤 하는 제 모습을 지난 몇일 특별히 계속 봐오고 있었던 때문인 듯 합니다. 저에게 생명의 빵은 사랑이었던 겁니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시련 속에서도 마치 뿌리 깊은 풀처럼 밟혀도 다시 싱싱하게 일어서고, 햇빛을 받으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우리 수사님들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사랑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조금 더 잘 깨닫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고 받은 사랑의 역사를 돌아보면 알게 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사랑에 대한 생각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또 그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다 다릅니다. 또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주어진 사명에 따라 때로는 아프게 하는 상배당의 기대와 다른 사랑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죽을 때까지 사랑에 서투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애써 사랑을 주고 받는다 하더라도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이곳 수도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을 주고 받다가 오해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때론 서로 미워하기도 합니다.

 

수도원에서의 공동생활은 우리가 언제나 사랑에 서투르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서투르다는 걸 알고, 그래서 네가 서투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곳,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죽을 때 까지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상처와 오해와 미움 속에 배워 나가는 곳인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건 수도원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곳에서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제가 기꺼이 상처받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바로 예수성심의 사랑을 배우고 따르는 길이라는 것을, 오늘 아침 마당의 뙤약볕 아래 쪼그리고 앉아 마음에 다시 새겨 넣었습니다.

 


 

기꺼이 사랑하고 기꺼이 상처받는 예수성심의 길을 오래오래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의 은총을 청합니다. 저와 또 여러분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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