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요한복음

20220601 부활 7주 수요일 묵상강론요한 17,11-19 “거룩함이란”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6. 2. 00:13

 

 


20220601 부활 7주 수요일 묵상강론
요한 17,11-19 “거룩함이란”

어제는 저희 수녀님들께서 하시는 미혼모 그룹홈에 강의 가는 날이었습니다. 강의 후에는 그곳 수녀님들과 함께 미사도 봉헌드리고 옵니다. 하느님의 초대와 그 곳 선생님의 열정어린 초대가 잘 어우러지는 날이면 종교에 전혀 관심없는 엄마들도 갓난 아기들을 품에 안고 미사에 함께 하곤 합니다. 강의 때는 편하게 저를 놀리다가도 아기를 위해 기도하고 안수해 줄 때는 어느 신앙인 못지 않게 진지해집니다. 저도 그 순간이 참 좋습니다.



어제도 언제나 처럼 엄마들의 감사한 호응에 힘입어 강의를 잘 마치게 되었고, 미사에도 네 분의 엄마 중에 세 분이나 아기와 함께 했습니다. 어제는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었습니다. 엘리사벳을 만나러 가는 성모님의 발걸음에 인간으로서의 걱정과 불안이 있었다면, 세 달을 지내고 돌아오는 성모님의 발걸음은 기쁨과 확신이 더 담겼을 것이라 묵상했습니다. 두려움, 의혹,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확신, 이런 마음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에게 확신과 기쁨을 주고받는 참 아름다운 만남의 장면입니다. 어제 올린 글에서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성경을 1도 모르는 세 엄마들이 함께 하고 있어서, 강론을 시작하기 전에 간략하게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어떻게 아기를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다 아기를 가지는 이야기라 재미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어제 올린 글대로 강론을 해가다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만나는 장면에서 갑자기 제 가슴에 울리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 지금 여기서 이 엄마들이 하고 있는게 바로 그 만남이구나!”

강의 때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순간들도 떠올랐습니다.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과 또 그 선택으로 만나게 될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우리는 쉽게 상상할 수 없을겁니다. 이들이 아이를 낳기 전에 아이와 함께 했던 발걸음은 또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쩌면 성모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싸우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웃기도 하고 서로 챙겨도 주며 서로 확신과 기쁨을 주고받고 있었던 겁니다. 성모님과 엘리사벳이 그랬던 것 처럼요.



오늘 복음에서 요한은 그리스도론의 핵심이 되는 단서들을 많이 줍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늘 마지막 말미에 나오는 ‘거룩함’에 머물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제 아기에게 안수하고 기도하는 동안 아기를 안고 있는 그 엄마들에게서 제가 본 것이 바로 그 거룩함이었기 때문니다. 거룩함은 내가 무엇을 알고 어떤 곳에서 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실천해 가는 모습에 거룩함이 있다는 것을 저는 다시 확인합니다. 그것이 거룩하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게 해 주는 만남은 그래서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어제 저는 그들에게서 그런 선물을 받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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