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요한복음

20220604 부활 7주 토요일 묵상강론요한 21,20-25 "지금 내가 하는 일"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2. 6. 3. 18:07

 

20220604 부활 7주 토요일 묵상강론 요한 21,20-25 "지금 내가 하는 일"


어제 오랜 만에 학생 때 자주 뛰던 논밭 사잇길을 걸었습니다. 한 번에 뛰어 갔다 오던 길이었지만 이제는 뛰었다 걸었다 쉬엄쉬엄 다녀와야 했어요. 그리고 더 오랜 만에 핸드폰을 두고 보낸 몇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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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었다 걸었다 하길 반복하며 가다 보면 같은 길의 풍경이라 하더라도 달리 보입니다. 뛰다 멈추고 걷기 시작할 때 비로소 들리는 소리들도 있습니다. 논 한 켠에 그늘막에 생뚱맞게 주인이 만들어 놓은 거위 우리 속 거위의 부리색이며 어느 나무인지 결국 못찾았지만 들려오는 새소리 같은 것들은 걸을 때야 비로소 보이고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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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사람들과 만나고 지내는 간단한 삶을 살면서도 나는 왜 이리 마음 졸이고 애를 쓰며 살고 있는 걸까 하는 한 숨도 논 가운데로 질렀내었습니다.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 말고 내게 맡겨진 일들만 하면서 살 준비가 된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입회를 준비하면서 득도한 듯 스스로 확신 했던 말은, 큰 결심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동안 슬쩍 들어왔던 불순물이었다는 것을 지금 논길을 걸으며 아프게 봅니다. 서품을 받고 양성소를 나온 지금, 양성장이 되어 다시 양성소로 들어와 살고 있긴 하지만, 제 마음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어느새 가득해 있는 것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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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어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게 맡겨진 일인 양성소에서 학생수사님들을 동반하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지내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모자람 없이 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계속 속삭이며 걸었습니다. 비록 오늘 요한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 이 밖에도 많다'고 합니다만 말이죠.

맞죠?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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