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부산으로 이사온 것은 다섯 살 때였습니다. 그 때는 하얀색 고무신을 신었었데,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저는 그 신발이 편하다고 계속 하얀 고무신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놀이터 모래밭에서 제 신은 언제나 친구들의 배놀이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집 뒷편은 미나리깡이었고, 길건너는 옥수수 밭이었습니다.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할머니는 거기서 작디작은 미키마우스 시계를 주웠다면서 주셨고, 태엽을 감아도 더 이상 돌지 않게 된 그 시계를 저는 대학시절까지도 소중히 간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시절 우리에게는 손목시계가 없었습니다. 골목 건너 비닐하우스로 대충 만든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시던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는 제게 매일 점심 때가 되면 공장으로 가 할머니에게 식사하러 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