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요한복음

20240412 부활 2주 금요일 묵상강론 요한 6,1-15 [언덕 위 서커스와 새우깡 그리고 할머니]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4. 4. 14. 01:04

 

 

시골에서 부산으로 이사온 것은 다섯   때였습니다. 그 때는 하얀색 고무신을 신었었데,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저는 신발이 편하다고 계속 하얀 고무신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놀이터 모래밭에서 신은 언제나 친구들의 배놀이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뒷편은 미나리깡이었고, 길건너는 옥수수 밭이었습니다. 아주 나중의 일이지만 할머니는 거기서 작디작은 미키마우스 시계를 주웠다면서 주셨고, 태엽을 감아도 이상 돌지 않게 시계를 저는 대학시절까지도 소중히 간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시절 우리에게는 손목시계가 없었습니다. 골목 건너 비닐하우스로 대충 만든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하시던 할머니를 위해 어머니는 제게 매일 점심 때가 되면 공장으로 할머니에게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몇몇 꼬꼬마들은 와이셔츠 공장 건너편에 조르름이 앉아 점심 휴식시간이 되길 기다리곤 했습니다. 어른 들은 다른 아이들은 용돈 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 어떻게 나는 그런 이야기를 번도 하지 않냐고 신기해 했다고 합니다. 그랬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위기가 그랬었던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어느 동네에 소문이 돌았습니다. 와이셔츠 공장 맞은 편은 아무것도없는 작은 언덕의 공터였습니다. 바로 그곳에 서커스가 온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서커스가 동네에 온다니 다들 신기해하며 들떠했습니다. 하지만 사정상 서커스를 수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할머니가 저를 대리고 서커스를 보러 가기로 겁니다. 신이 신이 신이 났습니다. 작은 공터 언덕은 크나큰 벽의 서커스장으로 가득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이 세울 있는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함은 안으로 들어가서 본 풍경에서 느낀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습니다.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서커스 안은 사람으로 가득했고 높이 솟은 장대들과 사이를 잇는 밧줄 그리고 거기에는 그네들이 달려 있었습니다. 색색의 옷을 입은 서커스 단원들은 멋진 몸놀림과 추임새로 사람들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같습니다. 지금 처음 떠오른 것이지만 할머니가 많이 웃으셨던 같습니다. 시절 봤던 기억이 거의 없는 웃는 얼굴이 지금 처음 떠오릅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 손에는 서커서 장의 모든 것들 보다 나를 놀라게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큼지막한 크기의 새우깡이었습니다. 그런 크기의 새우깡이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내 허리쭘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어 제게 새우깡을 하나 사오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와 다시 그곳에서 새우깡을 함께 먹을 있다면 이번에는 할머니의 표정을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그럴겁니다.

 

지금 제가 이 옛날 이야기를 한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승천하시고 나서 제자들이 어떻게 살았을까를 묵상하다 그들을 따라 겁니다. 우리는 성경 속의 글자나 영상으로 오늘 복음을 만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나이가 들어 아들딸 손자손녀들을 갖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자들은 후손들에게 예수님과 언덕에서 있었던 빵과 물고기의 기적을 마주 보고 얘기해 주었을 겁니다. 마치 지금 제가 언덕 위의 서커스와 새우깡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나누어 드렸듯이요. 그리고 어쩌면 저처럼 그 때 예수님의 표정을 기억해 두었으면 하고 후회하는 제자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어릴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어떻게 전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했거나 슬펐을 수도, 혹은 아련했거나 아렸을 수도 있을 같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도 세대에서 세대로 그렇게 전해졌을 겁니다. 그렇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선교하는 거싱고 증인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엠마오 마을로 가던 제자들이 가슴이뜨거워졌던 것처럼우리 삶에는 우리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많은 일들이 이미 일어났었고 오늘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들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주는 , 그것이 선교하는 것이고 증거하는 것, 부활 이후 우리가 해야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묵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