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을 쓰기 제일 어려운 미사를 고르라면 아마 어린이미사를 고르는 신부님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강론을 쓰다보면 좋은 것도 있습니다. 정말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들을 담백하게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강론을 하는 중에 제 정신이 번쩍 뜨일 만큼 선명하게 다가오는 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오늘 저는 저희 수도원 그룹홈의 아이들 네 명과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성가정을 기념하는 날이고, 독서와 복음에서는 좋은 가정에 대한 지혜로운 말씀들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에게 성가정에 대한 강론을 준비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준비하는 중에 하느님께서 제 마음을 머물게 하신 구절이 있었습니다.
강론 중에 아이들에게 '내 것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이 구절을 함께 읽었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 애들아 만약에 나에게 과자가 두 개 있어, 그러면 다른 사람 안주고 혼자 다 먹고 싶지?" "네 ~~!!!!"
를 시작으로 강론시간에 아이들에게 맞게 이런 내용을 나누었습니다.
'나에게 무언가 생기거나 내가 좋은 것을 만들었을 때 먼저 그것들을 하느님께 바치고, 그것을 나에게 준 사람들의 사랑과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가진 것을 나누자. 그런 마음이 내가 함께 사는 사람들과 성가정을 만든다.'
다행히 아이들과 재미있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내용은 잘 전달 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잘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강론 하는 중에 제 마음이 뜨끔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 성가정이나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정말 간단한 비밀이라는 것에 강론을 하는 중에 또한번 스스로 납득되었기 때문이고, 동시에 이 노력을 내가 한동안 잊고 살아왔구나 라는 성찰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게 온 것이나 내가 만든 것은 제일 먼저 하느님께 바치는 것."
그렇게 할 때 나는 더 쉽게 나눌 수 있었고, 덜 아깝게 여기게 되었고, 더 고마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말들을 빼고 복음을 전하다 보니, 그 메세지가 제게 더 선명하게 다가왔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성가정에서 아이들의 역할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른으로 하여금 돌아보게 하는 것.
오늘 하루 또 당분간 내게 온 것과 내가 만든 것들을 하느님께 바치는 하루를 살아보려고 합니다.
#가톨릭 #묵상 #기도 #복음 #말씀 #독서 #예수성심 #사랑 #믿음 #십자가 #감사 #천주교 #강론 #매일미사 #놀이터에서묵상하기
'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010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 종신서원식과 서품식 날의 밤 - (0) | 2021.01.09 |
---|---|
20210104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묵상 -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 이루는 큰 세상 - (0) | 2021.01.05 |
20201223 대림 4주 화요일 묵상 - 성탄과 묵주기도의 신비들 - (2) | 2020.12.23 |
20201213 대림 3주 주일 복음 묵상 - 희망의 소리는 가까이에 - (0) | 2020.12.13 |
20201206 대림 2주 주일 복음 묵상 - 기다림 그리고 감사 - (2) | 2020.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