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1223 대림 4주 화요일 묵상 - 성탄과 묵주기도의 신비들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12. 23. 22:52

 

 

"신부님, 올해는 정말 크리스마스가 오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요즘 많이 듣는 말입니다.

 

 

"미사도 성사도 못하니 기도라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리저리 살다보니 기도마저도 예전보다 더 못하고 있어요. 어떻하나요?"

 

 

약속이나 한 듯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저더러 어떠하냐고 물으시지만, 어떻하나요, 사실은 저도 그런걸요. 지난 1월 중순에 서품 받고 전국으로 아는 분들께 인사 드리며 첫미사를 다닐 때는 설렘과 열의가 가득했었습니다. 하지만 몇 곳 가지 못하고 2월 울산에 이르렀을 때 그만 한풀 꺽이고 말았습니다. 도착한 날 밤에 부산교구에서 공지가 내려왔던 거예요. 다음 날부터 미사 때 마스크를 쓸 것과 성체분배 때 1회용 장갑을 끼고 소독약을 바를 것과, 사제와 해설자만 소리를 내라는.

 

 

다음날 아침 방문해 있던 성당의 처음 뵙는 교우 분과 첫미사를 시작하는데, 마스크 너머로 눈만 내놓고 '안녕하세요'라고 드린 저의 인사에 '안녕하세요'라고 해설자 한 분만 대답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참 웃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 있는 일이었지요. 그 날 부터 우리 모두 한국 교회가 처음 겪는 일을 함께 겪고 있지요.

 

 

저도 버겁고 또 여러분도 그러실 거고, 또 버겁게 지내는 세상의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모두가 어려운 이 때에 어느 때 보다 서로가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해 주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저는 요즘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잘 알고, 서로 위로해 주며 이해해 주는 것을 자주 경험하며 생각하곤 합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참 대단한 경험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본인도 어려우면서 자기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해지면서, 사람은 참 위대하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려움 속에 서로를 향한 빛이 더 밝아진다고 할까요.

 


 

오늘 복음에는 요한 세례자의 탄생이 소개됩니다. 교회에서 탄생을 기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과 요한 세례자 정도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미사 후에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성탄을 묵상하며, 경당에서 묵주기도 환희의 신비를 바쳤습니다. 그렇게 성탄을 기다리며 환희의 신비를 바치다가, 이전에는 크게 못느꼈던 것에 마음이 다다랐습니다.

 

 

영광의 신비 안에 시작된 성탄과 또한 그 성탄과 함께 시작된 고통의 신비를요. 정말 고통은 우리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신비로운 것이라는 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고통 안에 피어난 사랑을 요즘 많이 봐서 그랬던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거기 성탄에는 영광과 고통 만이 아니라 환희도 시작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돌아보니 결국 영광의 신비와 고통의 신비와 환희의 신비는 모두가 예수님의 성탄에서 함께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영광과 고통과 환희는 언제나 함께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지금에도 환희의 희망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위한 마음에서요.

 


 

성탄을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곧 만나게 될 아기 예수님과 함께 하는 이번 성탄팔부동안 저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잘 알아주고,  도와주려하고, 또 함께 이겨내려 희생하는 마음들에 애써 더욱 더 귀를 귀울여 보려 합니다. 어려움은 더해질 지 모르지만 분명 그 고통과 함께 영광과 환희도 자라고 있다는 신비를 알아채려 합니다.

 

 

지금은 정말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마음쓰고, 희생하는 것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그것들이 더 밝게 빛나는 때이기도 한 듯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 환희의 희망을 서로 발견하고 나누고 증거해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함께 희망을 증거하고 나누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부족하지만 기도와 희생으로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대...  힘내요!  사랑합니다!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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