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아는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형님, 잘 있습니까? XX 라고 기억나십니까? 형님 보고 싶다고 서울 오는 길에 같이 함 찾아가 볼라고 하는데 시간 되십니까?"
전화를 한 동생은 신학교 4학년을 마치고, 또 대구로부터 찾아온다고 하는 동생은 2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각각 신학교를 그만 둔 친구들입니다. 다른 수도회 수사님이셨는데 학교를 그만두면서 수도회도 떠나셨지요.
한 동생은 가끔 연락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이 동생은 8년 만입니다. 저녁 무렵 저희 수도원 경당에서 셋이서 마스크를 쓰고 가까이 앉아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신학교 수업 쉬는 시간에 휴게실에 앉아서, 아침에 수도원에서 나올 때 가방에 챙겨 온 과자를 뜯으며 이런 저런 힘든 푸념들을 서로 늘어놓곤 했었는데, 그 때의 시간과 공간들이 눈 깜빡할 새에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지난 몇 일 동안 참 기다려졌습니다. 이들이.
기다림에는 두 가지 모습이 엮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변했을 이들의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함께 했던 예전 기억 속의 모습에 대한 기다림.
미사가 끝나가고 파견강복 전에 각자 한 마디씩 자기 생각을 나누자고 초대 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하느님께."
약속하지 않아도 세 명 모두의 마음에는 같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하느님께 감사. 또 잘 지내와 준 서로에 대한 감사.
함께 밥을 먹고 동생들을 보내고 방에 와 잠시 묵상을 하는 중에, 대림시기를 지혜롭게 지내는 법을 오늘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림 안에 엮여 있는 두 가지 하느님 모습에 대한 기다림. 그리고 하느님과 나와 또 서로에 대한 감사. 그동안 잘 지내와 줘서 고맙단.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엔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은총의 대림 시기 함께 좋은 기다림 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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