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1126 연중 34주 목요일 복음 묵상 - 희망의 이미지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12. 3. 22:35

20201126 연중 34 목요일

- 희망의 이미지 -

 

 

이번 연중 마지막 주간은 루가복음 21장과 함께 끝납니다. 21장에서 만나는 게세마니에서 잡히기 전까지의 예루살렘에서의 예수님의 일주일은 저에게 엄청난 역동과 긴장감과 에너지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할 보통 다음 22장에 나오는 게세마니에서의 고뇌의 기도를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번 주간에 대한 묵상도 매우 의미깊게 다가옵니다. 저에게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 하실 들었던 군중들의 우렁찬 호산나 외침소리와 예수님께서 게세마니에서 내려와 들었던 유다의 '스승님'이라는 조용한 부름이 너무나 선명히 대비됩니다. 그래서 극과 극을 체험하는 삶의 마지막 일주일을 예수님은 어떤 일을 하며 보내셨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보내셨을까, 어떤 마음을 갖고 계셨을까 묵상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하루에도 세상 일로 극과 극을 오가기를 반복하는 저의 모습도 함께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좋고 싫은 일들과 사람들로 인해 기뻐 행복해 했다가 금새 그런 때문에 힘들어하고 불행해 하곤 하는 자신을 보며 저는 자주 실망하곤 합니다. 실망이 일상인 저에게, 극과 극의 일주일을 살던 때의 예수님을 묵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여러 종말의 상황을 이야기 하시다가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이미지라는 것은 우리 영성이나 심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은 희망 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 떠오르십니까? 하느님의 모상성이라는 표현의 원어는 이마고 데이, image of God 하느님의 이미지라는 뜻입니다. 나에게 하느님은 어떤 이미지인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성찰해 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희망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까? 

 


 

피양성자였던 어느날 저는 너무 고단하고 외롭고 절망스런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채, 신학원 마당 차가운 옹벽에 힘겹게 기대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있다가 문득 옆을 봤는데 옹벽의 틈새에 안되는 흙이 끼어 있었고, 거짓말처럼 흙에서 꽃이 한송이 피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맘에도 이런 흙쯤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자 매말라 있던 마음 한켠에서도 꽃이 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저의 희망에 대한 이미지 입니다.

 

오늘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말씀은 제게 추운 옹벽 틈에서, 황폐한 구석에서, 그리고 고달픈 마음 켠에서 피어나는 꽃을 떠올리게 합니다. 세상의 어려움 속에 휘둘리다가도 종말의 혼란 속에서 드디어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며 피어나는 모습, 이미지는 세상 일과 사람들에 자꾸 흔들리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저에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도 희망인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며 종말의 이야기를 하고나서 게세마니를 오르던 예수님에게도 희망의 이미지였을 것이라 묵상하게 됩니다.

 


 

'머리를 들어라' 똑같은 한국어 표현은 성경에서 곳에 나옵니다. 시편 24장에 "성문들아, 머리를 들어라. 오랜 문들아, 일어서라. 영광의 임금님께서 들어가신다" 라는 부분과 오늘 복음 입니다. 시편 110장에서 형식은 조금 다른지만 다윗이 나라 왕들을 무찌르고 재판한 그의 주님에게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는 길가에서 시냇물을 마시고 머리를 쳐들리라." 이들은 모두 희망의 노래입니다.

 

오늘 하루 각자 여러분의 삶의 어려움들은 여전하시겠지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피어나시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그럼 옹벽의 꽃을 보고 희망과 힘을 얻었던 저처럼, 나의 모습을 보고 옆의 누군가도 희망과 힘을 얻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앞에 있는 가장 귀한 나무에 피어난 꽃을 보고 희망을 찾을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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