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1123 연중 34주 화요일 복음 묵상 - 희망과 살면서도 희망을 세우기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11. 24. 22:43

 

여러분 잘 알고 계시듯이 우리 가톨릭 교회는 예수님의 삶을 따라 크게 대림, 성탄, 짧은 연중, 사순, 부활, 그리고 다시 긴 연중시기 순으로 전례시기를 나누어 1년 단위로 전례주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저께 우리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고, 오늘 1년의 전례시기 중 제일 마지막 주간인 연중 34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도 종말에 관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다가 2년 전 이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제가 부제품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고 매우 바쁘게 지냈던 시기였습니다. 11월에 로마에 있는 수도회 총원에서 부제품 허락공문이 왔고, 부제품 행사 실무책임을 맡아서 준비하다 12월에 수품 준비 피정을 잠시 다녀왔고, 크신 은총 속에 1월에 부제품을 받았습니다. 이어 신학기 준비, 청년 사순 준비 피정, 부활절을 지냈습니다. 일도 많았고 바쁘고 힘들고 속도 많이 상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시기는 저에게 풍성한 묵상과, 작지만 의미 있는 내적 변화와, 그리고 묵상글을 쓰는 습관이 자리잡기 시작하던 감사로운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6월을 보내던 어느 날 생각지 못한 저만의 나름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성탄시기, 부제품 피정, 사순시기 그리고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을 지내오며 그동안 너무나 풍성함을 주며 잘 되던 묵상이 갑자기 잘 안되는 것 같은 건조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때는 삼위일체와 성체성혈대축일을 지낸 후 연중시기가 시작되는 주였는데, 갖가지 대축일을 지내다 갑자기 기나긴 연중시기가 시작되는 것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아, 이제 뭘로 묵상하지?"

 

아마도 그 때 두꺼운 연중시기 성무일도며, 끊임없이 연중이라고만 되어있는 7월달 매일미사를 보며 생각지도 못했던 밋밋함이랄까 진부함 같은 것이 갑자기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대림까지 뭐하지?"

 

그렇게 저 나름대로의 적잖은 곤혹함 속에 묵상을 하는 중에 하느님께서 감사하게 이끌어 주신 생각은 이랬습니다.

 

" 부활시기에서 대림으로 건너가는 그 긴 강을 나는 지금 건너려고 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 강을 건너는 나룻배와 노가 되는 것은 이 연중시기의 말씀들이구나. 연중시기는 말씀의 시기고, 연중시기에 나는 하루하루를 더 말씀과 함께 살아야 하는구나." 

 


 

돌아보면 그렇게 잘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날의 복음을 묵상하고 또 가끔 글을 쓰면서 보내려고 노력하며 연중시기를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그 때 들었던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 그런데 강림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 성령과 말씀의 시기를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이 것이 대림이라는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거지? 이미 나와 함께 계신 그분을 어떻게 또 기다린다고 하게 되는 거지? 일단 보내드리고 다시 기다려야 하나?"

 

이 질문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저를 다음과 같은 성찰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연중 시기는 하루하루를 말씀으로 사는 시기이지만, 이 일상 속에서 새로운 기다림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연중시기는 변화가 없을 것 같은 밋밋함과 진부함 속에서도 희망을 세우는 연습을 하게 해 주는 시기구나.  

 


 

그래서 오늘 1독서에 나오는 곡식이 무르익는 시기, 복음에 나오는 아름다운 돌들과 예물로 성전이 꾸며지는 이 안정된 듯한 시기가 오히려 희망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이처럼 영적 여정 중에 내가 안정되고 충만하다고 느껴지는 때에 오히려 희망을 세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함께 있어도 그립다는 말은 사랑을 잘 말해줍니다. 희망과 함께 있으면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신앙의 길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성찰의 좋은 길이고, 또 내가 연중을 지나 대림으로 가는 조금 더 성숙한 길이구나라고 묵상하게 됩니다. 이번 한 주간 다시 희망을 세우고 노래하는 시간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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