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1109 연중 32주 화요일 묵상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 까칠해질 때는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0. 11. 9. 23:29

 

 

 

 

한 동안 마음을 잡고 있던 일이 얼마 전 끝났습니다. 얼마 간의 의무감과 또 얼마 간의 욕심이 있던 일이라 한 동안 마음이 번거롭고, 기도나 묵상글에 마음을 쏟을 수 없어 고심하곤 했습니다. 마음도 몸도 조금 까칠해 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는 작은 체험을 하게 해주셔서, 하느님과 함께 하셨던 많은 분들께 기쁜 감사드리는 시간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오늘 아침 오랜만의 평화로운 묵상에서 지난 주일과 오늘 복음을 떠올리며, 오늘 아침에는 '까칠해 지는 때' 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복음들을 읽으면서 아마 저랑 같은 생각 해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의 열처녀의 비유를 읽고서 저는 어찌나 그 다섯 명의 현명한 처녀들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나머지 다섯 처녀들이 불쌍해보였고요. 그래도 같이 가려고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냐고요. 그리고 오늘 복음의 주인도 마찬가지로 너무 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하인이라도 고생하고 들어왔는데 쉬지도 못하게 바로 일을 시키다니요.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요즘은 그 복음들을 다르게 만나고 있습니다. 저의 의문들이 해결되었냐고요? 아니요. 여전히 그들이 이기적이고 또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는 동안 여러 번 이 복음들을 묵상해 오면서 지금은 그 복음의 다른 면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그러는 동안 원래 전하고자 하는 바에 조금 더 관계되어 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만날 때 마다 조금씩 입니다.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의 삶을 다른 누군가와 떼어 나눌 수 없듯이, 자신의 정의도 그렇습니다."

 


다섯 처녀들이 자신의 신랑에 대한 사랑을 최선을 다해 지키는 것을 쉽게 비난 할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의 경험이 알려주었습니다. 또한 다섯 처녀들의 기다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하는 계기들도 다음과 같이 만나곤 합니다.

 


 

저희 수녀원에서 하는 미혼모를 위한 시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번달에 제가 간 날은 그 중에 한 엄마가 아기를 입양원에 보내는 날이었습니다. 아기를 보내기 전에 한동안 엄마 대신 아기를 안고 있으면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제 안에서 일었습니다. 그리고 떠나보내기 전 아기에게 축복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기를 만나기까지 이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지난 몇 일 동안 복음을 묵상하는 동안 아기 엄마의 '기다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만나기까지의 이 엄마의 기다림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얼마나 많은 생각과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오늘 떠나 보내기까지의 기다림에도.

 

그리고 묵상 중에 다섯 처녀들에 대한 저의 생각과 또 주인에 대한 저의 생각이, 그런 이야기들와 생각들과 감정들의 바다에 던지는 한 조각 돌맹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저는 조금의 여유가 마음에 생긴 지금에야 보게 되었습니다. 조금 덜 까칠해진 지금 말입니다. 하인의 마음 가짐이 나의 수고나 선행에 대한 세상의 보답에 대한 기대에서 자유로워지라는 말로 들리는 것도 지금에서 입니다.

 


 

또 많은 이야기와 생각과 감정이 담긴 기다림을 저는 계속 해 갈 것이고, 또 까칠해 졌다 덜해 졌다 하는 일도 반복하며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런 때에 오늘의 묵상을 하느님께서 떠올려 주시기를 빕니다.

 

아울러 낙태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소중한 선택을 애써 한 이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관심과 도움을 주는 우리들의 마음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들을 위한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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