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222 사순 1주 월요일 베드로 사도좌 축일 묵상 -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2. 23. 09:47

 

20200222 사순 1주 월요일 베드로 사도좌 축일 묵상 

-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는 것 -

 

 

누가 저에게 사는 동안 가장 생각을 많이 하면서 지낸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군대생활이었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거기 있는 동안 지난 삶의 순간들을 하나 하나 지겨울 정도로 떠올리며, 행복해 하기도 부끄러워 하기도 미안해 하기도 분노 하기도 감사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한 후회 했던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군대 오기 전 대학생활 동안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 나는 이제 제대하면 다시는 주일학교 교사는 하지 않을꺼야!' 

 

그렇게 다짐했던 건 주일학교 교사생활이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시절의 날들은 너무나 빛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제가 군대에서 버틸 수 있게 힘이 되어 준 가슴벅차게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다짐했던 이유는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들었던 큰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교리나, 교육이나, 아이들에 대해서나 무엇 하나 제대로 몰랐었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과 함께한다는 기쁨과 열정만으로 교사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군생활 동안 돌아보고 또 돌아보니, 그런 미숙한 나 때문에 혹시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니고 있게 될 상처나 나쁜 기억을 아이들이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큰 후회가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그랬던 것 처럼요.

 


 

"sample17" 이라는 톡이 방금 왔습니다. 이어 "여기까지하고 저도 쉬러..ㅎ" 라고 뜹니다.

 

"sample17"은 영상의 열 일곱번 째 편집 본이라는 뜻이예요. 영상편집을 담당한 형은 퇴근해서 늦은시간까지 영상을 손 보고선 이 늦은 밤 이제 쉬러 간다고 합니다. 지난 한달 동안 제가 주일학교 교사활동을 했던 성당들 중 한 곳의 교사출신 선배님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오고 있어요. 교사로 지금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한 영상인데,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입니다.

 

주일학교 교사 수첩 맨 뒤에는 '교사의 기도'라는 주일학교 교사들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노래가 있습니다. 교사를 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기도인 이 노래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부를 때 마다 숨을 멎게하는 벅참을 줍니다.

 

이제는 성당, 수도원, 수녀원, 다른 지방, 그리고 다른 나라로 흩어져 살고 있는 선배 교사들이 저마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 찍은 교사의 노래와 응원 메세지를 하나의 영상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5분 남짓의 짧은 영상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함께 예전처럼 티격태격 톡으로 이야기하며 작업 해온 시간들 자체가 우리 모두에게 정말 큰 은총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초대 교회에서 교황이 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곱트 교회 전통에는 교황 착좌식에서 도망가는 후보자를 잡아와 앉히는 예식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존경받을 교황님들 중에는 그러한 막중한 일에 스스로 준비가 되었다고 여기거나, 나라면 충분하다고 여긴 분은 적어도 제가 알기에는 단 한분도 없었습니다. 그저 하느님께 의탁하고 갈 길을 가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듯, 우리가 스스로 부족함을 느낄 수록 우리가 체험하는 하느님의 기적은 더 많아집니다. 

 

군대에서 느꼈던 학생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은 여전히 제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후회는 내가 완벽할 수 있다는, 적어도 실제 나보다 더 나을 수 있었다는 저의 교만과 함께 예전 어느 날 떠나 보냈습니다. 그리고 요즘 교사의 노래 프로젝트를 하면서 후회가 있던 자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잘 메꾸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 하며 말도 안되게 부족한 저임에도 주일학교 교사를 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 교사를 하고있는 후배 교사님들을 위해,  같은 어려움 속에서 과거에 교사를 했던 선배 교사님들을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과 기적을 전하는 도구로 지금 다시 쓰고 계신다는 것에도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족하고 두렵지만 용기내어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하는 모든 주일학교 교사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시기를 오늘 밤 잠들기 전 기도 드리려 합니다. 

 


교사의 기도

 

오 사랑하는 주님 절 도와 주소서

큰힘과 당신의 지혜 내려주시어

당신께 큰 관심 없는 이들의 가슴속에

제가 기쁨을 불러 일으키게 하소서

 

당신의 인내와 당신의 겸손이

저의 마음에 항상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의 은총과 당신의 사랑이

저의 모든 언행을 주관하게 하소서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사랑없는 지식은 아무 힘 없나이다

저를 통해 이들이 당신을 찾고

 

저도 언제나 그 길을 걸어가게 하시어

천국에서 별 처럼 빛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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