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이 속삭여 주시는 마음의 그림소리

20200217 재의 수요일 - 단순함 과 건너감 -

놀이터에서 묵상하기 2021. 2. 18. 20:13

 

 

 

 

 

 

요즘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고 있는 딜레마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순함과 사유 사이의 딜레마' 입니다. 다른 하나는 '건너감의 딜레마' 입니다.

 


 

 -  '단순함과 사유 사이의 딜레마'  -

 

수도자로서 '단순함'은 우선적으로 지니도록 노력할 중요한 덕목이고, 저희 수도원에서 매년 하는 자기 평가나 상호 평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단순함'은 역설적이게도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애써 표현해보면 '사욕으로 이리저리 재지 않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왜곡된 언론과 거짓뉴스들이 팽배한 요즘 우리가 균형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 그래서 참된 단순함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사욕을 뺀 '이리저리 재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학사 논문을 준비하며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에 대해 공부했었습니다. 요즘은 유명해진그녀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떼제는 단순하게 표현하면 ' 생각 없이 살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악인지도 모르고 악에 동조하게 되고 말아!' 입니다.  저희 수도회의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의 악'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저는 그녀의 그 '사유함'을 연구해보고 싶었습니다. 

 

 바쁘게 변하고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현대를 살아가며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유 뿐만 아니라 참된 사유를 위한 정보 수집과 식별에도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함을 유지하기란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제 삶에서 이 문제를 실천하려는 지금 저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단순함'과 '사유함' 사이에서요.

 

 


 

-  '건너감과 멈춤 사이의 딜레마'  -

 

가톨릭 교회에서 '건너감'(passover, Pascha)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신앙의 삶의 핵심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엘 예언자가 말하는 '마음을 찢어라'라는 말씀은 '죄에서 하느님으로 건너가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에서 '골방에서 기도하고 숨어서 단식하라'고 한 말은 '나에게서 하느님께로 건너가는 것'을 말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스라엘을 광야를 건너갔고, 모세는 이집트를 탈출해 홍해를 건너갔고, 예수님은 죽음을 건너 가 부활하셨습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또다른 커다란 건너감의 움직임을 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이동입니다.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포털사이에서 유튜브로, 그리고 지금은 클럽하우스로 우리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끊임없이 건너가고 있습니다.

 

건너감이 지니는 새로움과 변화는 덕목을 추구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건너감의 한 구석에는 복음적 건너감과 다리 사회적 공포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요즘 화자되기 시작하는 'FOMO'를 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가지 않음으로서 뒤로 남겨져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스타로 갈 때 나만 페이스북에 남아 있으면 웹 상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의 세상에서 잊혀진다고 느껴질 뿐만 아니라 그것에서 엄청난 공포를 느끼는 것이죠.

 

저도 이 '건너감의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 역시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지난 몇일 클럽하우스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사목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하고요. 이미 활발히 좋은 활동하는 분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마음 한 구석에도 '다른 사제 수도자 분들이 하는데 나나 우리 수도회가 안하면 뒤떨어지고 잊혀지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이 생기고 있다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아픔과 함께 하기 위해서 건너감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지금 저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건너감'과 '멈춤' 사이에서요.

 


 

오늘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이번 사순 기간 동안에는 이 두 가지 딜레마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어떤 수도자가 되고 어떻게 세상의 아픔과 함께해야 할지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의 오늘 복음말씀들을 통해 고민의 시작점에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마태 6,3-4)"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마태6,17)"

 

 


 

사순 ...

참된 단순함과 건너감을 찾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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